기업 둘러싼 '불확실성 먹구름'..산업 기상도는 '흐림'

대한상의, '2017년 산업기상도' 발표
IT· 가전만 '맑음'..나머지는 '흐리거나 비'
  • 등록 2017-01-31 오전 6:00:02

    수정 2017-01-31 오전 6:00:02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올해도 우리 주력 산업이 고전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나왔다. 불확실한 국내정치의 향배, 하방압박에 직면한 중국경기, 미국금리 인상과 후폭풍,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이 한국 산업계에 먹구름을 잔뜩 몰고오는 ‘4대 악재’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런 내용을 담은 ‘2017년 산업기상도’를 31일 발표했다. 대한상의 산업기상도는 10여개 업종단체와 함께 업종별 실적과 전망을 집계, 분석해 기상도로 표현한 것이다. ‘맑음’은 매우 좋음, ‘구름조금’은 좋음, ‘흐림’은 나쁨, ‘눈’은 매우 나쁨을 의미한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우울할 것으로 전망된 업종은 조선과 자동차였다. 조선업의 경우 전세계 무역량 감소로 수주가뭄이 계속되고, 구조조정으로 건조물량 취소와 계약취소 등 일감부족이 심화될 것으로 예측됐다. 해운산업 약화로 자국발주가 어려운 것도 일감확보에 불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자동차도 내수감소, 중국차 상륙, 미국내 투자압박의 삼중고가 겹치며 ‘비 또는 눈’으로 전망됐다. 내수 경기가 지난해보다 악화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중국 자동차마저 국내 시장 잠식에 나서 경쟁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생산·판매를 압박하는 상황도 부담요인이다.



철강과 섬유·의류 업종은 ‘흐림’으로 예보됐다. 철강산업은 공급과잉과 주요국의 수입규제가 문제다. 최근 미국이 한국산 철강에 50% 이상 고율의 반덤핑·상계관세를 부과하고 있는 가운데 태국, 인도, 대만 등 신흥국도 수입규제를 강화하는 추세이다. 여기에 자동차, 조선 등 전방산업 부진으로 국내수요도 답보상태에 머물고 있다.

섬유·의류업의 경우 신흥국의 저가 물량공세와 모바일·인터넷 거래확대로 단가하락, 생산감소가 예상된다. 그나마 새로운 의류생산기지로 부상해 지속적으로 늘어나던 베트남으로의 수출도‘TPP 무산 가능성’으로 타격을 받게 됐다.

건설과 정유·유화, 기계산업 등은 ‘구름 조금’으로 전망됐다. 건설 경기는 금리인상,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 대규모 입주 본격화 등으로 지난해보다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기존 수주계약 이행 등으로 주택건설투자 감소세는 제한적이라는 점, 중동 산유국들의 공사발주가 재개된다는 점에서 ‘구름 속 햇볕’이 가능할 전망이다.

정유업은 국제유가 반등에 따른 제품가격 인상, 중국의 환경기준 강화에 따른 국내산 경유의 반사이익 등으로 수출이 전년대비 10.7% 늘어날 전망이다. 석유화학은 최대수요처인 중국의 성장둔화에도 불구하고 경쟁국의 생산시설 가동중단 및 교체 등으로 공급부족이 지속돼 수익성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됐다.

또, 기계산업은 신흥국의 노후 건설기계 교체주기가 도래하고 유가상승에 따른 산유국의 설비투자 재개, 미국·일본 등 주요국의 재정확장 정책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하지만 중국산 기계제품이 기술력이 높아지며 시장점유율을 빠르게 늘리고 있는 점이 부담이다.

이번 조사에서 ‘맑음’으로 관측된 곳은 IT·가전산업 뿐이었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드론 등으로 사용 범위가 늘어나고 있는 반도체가 호조세를 견인할 전망이다. 지난해 773억달러였던 메모리 반도체 시장규모는 올해 853억달러로 10.3%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최규종 대한상의 산업정책팀장은 “심리경기가 바닥인 데다 대외상황이 매우 위협적인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어 산업계의 노력만으로는 극복하기 어렵다”면서 “정부는 물론 정치권과 국민들이 글로벌시장에서 거센 도전에 직면해 있는 한국 산업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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