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싼데 세금은 왜 더 많은가"… 재산세 들쭉날쭉

7억900만원 집→재산세 73만6000원
4억8600만원 집→재산세 82만6000원
"세부담 상한제와 구청별로 다르게 적용한 과거 탄력세율 탓"
  • 등록 2008-07-21 오전 9:13:15

    수정 2008-07-21 오전 9:13:15

[조선일보 제공] 서울 도봉구 창동 아이파크4차 아파트(전용 102㎡)에 사는 이모(42)씨는 최근 신문에서 강남의 한 아파트에 부과된 재산세액을 보고 분통이 터져 구청에 전화해 따졌다.

이씨의 집 공시가격은 3억9200만원으로 강남구 대치동 대치삼성 아파트(전용 59.88㎡) 공시가격 4억5700만원보다 6500만원이 적은데, 오히려 재산세는 이 아파트보다 54만3160원이나 많은 86만160원이 부과됐다는 것이었다.

이씨는 "구청에서는 강남구가 재작년 재산세를 50%씩이나 깎아줘서 그런 거라고 하는데, 비싼 집을 가진 사람이 싼 집을 가진 사람보다 재산세를 덜 내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집값·재산세 역전(逆轉) 현상

지난 14일부터 서울시내 부동산 소유자에게 재산세 납부 고지서가 발송되면서 이씨와 같은 불만을 토로하는 전화가 구청들에 쏟아지고 있다.

서울 도봉구 창동 북한산 아이파크 아파트(119.17㎡)의 올해 공시가격은 4억8600만원으로, 재산세는 82만6000원이 부과됐다. 그런데 이보다 2억2300만원 비싼 강남구 압구정동 미성 아파트(74.40㎡)에 부과된 재산세는 73만6000원에 불과했다. 노원구 중계동의 청구 중계아파트(115.65㎡)는 공시가격 6억400만원으로, 재산세는 77만5000원이 부과됐다. 이들 3개 아파트만 보면 가장 비싼 곳이 재산세를 가장 적게 내는 기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서대문구 남가좌동 래미안 남가좌2차 아파트(59.78㎡) 공시가격은 2억3200만원으로 강남구 대치동 선릉역 대우아이빌레몬(76.73㎡·2억9600만원)보다 6000만원 이상 낮은데, 재산세는 이 아파트(18만4000원)보다 많은 23만2000원이 부과됐다.

◆탄력세율과 세부담 상한제 때문

집값과 재산세 '역전(逆轉)현상'은 서울시내 일부 구청이 2004~2006년 재산세를 10~50%씩 깎아주는 탄력세율 제도를 적용한데다, 재산세가 한꺼번에 너무 많이 오르는 것을 막기 위한 '세부담 상한제'가 맞물리면서 나타났다.

예를 들어 2006년 강남구 압구정동 미성(74.40㎡·당시 공시가격 5억5100만원) 아파트의 경우, 당시 재산세를 50% 깎아준 덕에 부과된 재산세가 32만7000원에 불과했다. 이듬해 공시가격이 7억4000만원으로 34.3%나 뛰어올랐고, 재산세는 49만원이 나왔다.

공시가격이 6억원을 넘어서면서 3억~6억원 이하의 경우 전년도보다 10% 이상 물리지 못하도록 한 세부담 상한제의 상한이 50%로 높아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부과 기준이 됐던 2006년 재산세액 자체가 탄력세율(50%) 적용으로 낮아진 터여서 큰 폭으로 오르지는 않았다. 올해 이 아파트의 공시가격은 7억900만원으로 4.2% 떨어졌다. 하지만 과세표준이 공시가격의 55%로 올라 실제 부과돼야 할 재산세는 169만원이었다.

그럼에도 역시 세부담 상한제에 의해 전년도의 50% 이상 부과하지 못해 결국 73만6000원이 나왔다. 약 95만4000원의 세부담을 덜게 된 셈이다.

2006년 탄력세율을 적용해 20%를 깎아준 노원구 청구 중계아파트(115.65㎡)는 당시 공시가격이 4억7200만원이었는데, 재산세는 47만원이 나왔다. 이듬해 5억6800만원으로 공시가격이 26% 올랐음에도 3억~6억원 이하 주택은 10% 이상 부과하지 못하는 세부담 상한제에 따라 재산세는 10%만 오른 51만7000원이 부과됐다.

이 아파트는 2008년 공시가격이 6억400만원을 기록하면서 올해에는 50%까지 재산세가 인상돼 77만500원이 나왔다. 원래 부과돼야 할 재산세는 140만1000원이었지만, 세부담 상한제로 62만6000원이 덜 나온 셈이다.

2004~2006년 단 한번도 탄력세율을 적용하지 않았던 도봉구의 사정은 다르다. 2006년 창동 북한산 아이파크 아파트(119.17㎡)에 부과된 재산세는 68만3000원. 위 두 아파트보다 훨씬 많다. 2007년 공시가격이 4억7200만원으로 소폭 올라 재산세는 75만원이 부과됐고, 이듬해 공시가격 4억8600만원에 재산세가 82만6000원이 나왔다.

이렇게 출발점이 다르면 '세부담 상한제' 때문에 한번 벌어진 차이가 쉽게 좁혀지지 않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앞으로도 당분간 계속될 수밖에 없다.

◆강남북 재산세 둘쭉날쭉

서울 노원·도봉 등 최근 중소형 아파트 가격이 급등한 일부 강북 지역 주택의 경우 공시가격이 상대적으로 많이 오르고 과세표준도 올랐지만, 세부담 상한제 때문에 실제로 세금은 크게 늘지 않았다.

반면 서울 강남·서초·송파 등 '버블 세븐' 지역은 집값은 오히려 떨어졌지만, 6억원 초과 주택의 경우 재산세를 전년 대비 최고 50%까지 올릴 수 있도록 한 규정 때문에 세금은 큰 폭으로 오른 경우가 많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6억원 이상 주택이 많은 강남 주민들은 집값이 오히려 떨어졌는데 재산세가 많이 올랐다고 하고, 강북 주민들은 강남보다 집값이 싼데 왜 재산세는 더 많이 내야 하느냐며 강남북 주민들 모두 불만이 많다"고 말했다.

탄력세율

지방세법에 따라 기초자치단체가 아파트 등 주택분 재산세를 상하 최대 50%까지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한 제도로, 1997년부터 시행됐다. 그러나 일부 자치단체가 2004년부터 선심성으로 재산세를 깎아 주는 제도로 활용하면서, 공시가격이 같아도 지역별로 재산세가 다르게 부과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2007년부터 자연재해 등 특별한 사유가 아니면 적용하지 못하도록 법이 바뀌었다.

세부담 상한제

재산세가 한꺼번에 과도하게 인상되는 것을 막기 위해 세액이 전년도에 비해 일정 수준 이상 오르지 못하도록 법으로 상한선을 설정해놓은 제도로, 2005년부터 시행 중이다. 공시지가 3억원 이하는 전년도에 비해 재산세를 5%. 3억원 초과~6억원 이하는 10%, 6억원 초과는 50%까지만 인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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