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고 싶은 기러기 아빠들
금융회사 직원인 이모(42·서울 반포동)씨는 캐나다 토론토에 아들 둘(15세·11세)을 조기유학 보내고 아내(40)마저 함께 보낸 '기러기 아빠'다. 그는 매달 500여만원씩 부쳐왔으나, 올 들어 환율급등 탓에 월 송금액을 600만원으로 늘렸다. 지난해 12월 910원대였던 캐나다 달러가 최근 들어 1030원대로 약 13% 올랐기 때문이다.
게다가 월세 부담을 줄여보려고 지난해 현지 아파트를 분양받았는데 환율이 급등하면서 '엎친 데 덮친 격'이 되고 말았다. 계약 당시 2만7000달러의 계약금을 냈고, 조만간 5만4000달러의 중도금을 보내야 하는데 환율급등 탓에 원화 환산 금액이 1000만원 이상 늘어난 것이다. 이씨는 "환율 때문에 지출 부담이 늘어나 저녁 약속은 최대한 자제하고 한 달 용돈도 30만원 이내로 줄여 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또 미국 연수를 준비 중이던 김모(40)씨는 당초 가족 전체가 함께 가려던 계획을 재검토하고 있다. 김씨는 "환율이 급등하면서, 가족 4명의 1년간 해외 생활 비용이 당초 예상보다 2000만원 더 들 것 같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땅을 치는 해외펀드 투자자들
작년 3월 서유럽 펀드에 5000만원을 투자한 자영업자 박모(43·서울 평창동)씨.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 탓에 수익률이 마이너스 24%에 달해 1200만원의 손실을 기록 중이다. 박씨는 며칠 전 환매 상담을 하러 은행을 찾았다가 황당한 얘기를 들었다. 환 헤지(선물환 계약을 해 환율변동 위험을 없애는 것)를 안 했으면 500만원 정도의 환차익을 봐서 손실을 다소라도 줄일 수 있었는데 환 헤지를 하는 바람에 그런 기회를 놓쳤다는 것이다.
국제금융센터가 해외투자 비중이 높은 8개 지역의 환 헤지 결과를 분석한 결과, 환 헤지를 하지 않았을 경우 작년 한 해 동안 평균 6.9%의 추가수익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3월 들어 환율이 급상승했고, 환헤지 비용이 투자액의 1%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대다수 해외 펀드 투자자들이 환 헤지를 하지 않았다면 최소 10% 이상의 추가수익이 가능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반면 해외자산에 투자한 사람들은 표정 관리를 하고 있다. 외환은행 강남외환센터 한현우 팀장은 "미국에 부동산 등을 갖고 있는 사람들 중에는 환율 급등을 틈타 한국으로 자산을 옮기고 있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 해외자산가들은 환율 급등이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보고, 해외 자산을 매각해 투자금을 국내로 옮겼다가, 얼마 뒤 환율이 급락하면 다시 자산을 해외로 옮겨 투자하는 과정을 통해 10~20%의 환차익을 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