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제공] "노원구 중계1동 A아파트 엘리베이터 앞 게시판에 주변 아파트의 시세 조사표와 매매시 최저 제시액을 명시한 아파트 값 담합 권유 문서가 7월 14일 현재 게재되어 있습니다. 아파트 가격 안정을 바라는 마음에서 연락드립니다."
<오마이뉴스> 편집국으로 "아파트 가격 담합 의혹"을 취재해달라는 제보가 접수됐다. 서울 노원구 중계1동 은행사거리 주변은 "강북의 대치동"으로 불리는 학원 밀집 지역이다.
지난 15일 오후 노원구 중계1동 A아파트를 직접 찾았다. 95년 여름에 입주한 이 아파트는 전세대가 32평(전용면적 25.7평)이고, 9개동에 780여세대가 살고 있다.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의 설명에 따르면 "A아파트는 학군도 좋고, 학원가가 가까워 이 지역에서 가장 인기가 좋은 아파트"라면서 "3억5000만원~3억7000만원 사이에 거래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아파트 입구마다 붙어있는 "적정가격 제시방안"
확인 결과 A아파트 9개동 각 출입구 게시판에는 부녀회 명의의 알림 문서가 붙어있었다. 당 아파트 집값(매매가)의 적정선을 유지하기 위하여 매매시에 적정가격(4억원 이상)을 제시하여 집값 하락을 방지하고자 하오니 입주민의 협조를 바랍니다.
당 아파트는 은행사거리를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는 학원가에 근접하여 교육여건이 좋으며 또한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하여 자체적으로 전기를 생산 공급하는 소형열병합발전설비를 설치하여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열을 이용하여 24시간 온수를 공급하며 부스터펌프 설치 및 고효율 조명기구를 교체하여 에너지 효율 1등급 아파트로서 주변의 아파트보다 좋은 여건이므로 아파트 매매시 적정가격(4억원 이상) 받을 수 있도록 입주민의 협조를 바랍니다.
2005년 7월 13차 중계 A아파트 부녀회
알림문서의 핵심 내용은 "매매가 4억원 이상을 제시해 집 값 하락을 방지하자"는 것. 이 곳은 아파트 가치를 끌어올리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 최근 소형열병합발전설비까지 설치했다.
A아파트 소장은 "왜 부녀회에서 가격 담합 안내문을 붙였냐"고 묻자 "강북 지역에서 다 붙였다는 이야기를 듣고 붙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주변에 학원도 많고, 학군도 좋고 해서 주민들이 적정 가격 이상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부녀회에서 붙인 안내문인만큼 주민들에게 영향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민들에게 영향 미칠까?
그렇다면 이 아파트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가격 담합 안내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전세로 살고 있는 주민과 집을 소유한 주민의 반응이 엇갈렸다. 전세로 살고 있다는 40대 주부는 "가격 담합 요구가 당연히 주민들에게 영향을 주지 않겠느냐"면서 "제시 가격 밑으로는 거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집을 소유한 50대 후반의 주부는 "형편대로 팔지 누가 제시된 가격 대로 팔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이 주부는 4억원이면 시세에 비해 비싼 것 아니냐고 묻자 "강남과 분당은 우리와 비슷한 평형이 10억 원을 넘는다고 하는데 뭐가 비싼 거냐"면서 "지난 해에는 4억원도 넘었다"고 반박했다.
안내문을 붙인 A아파트 부녀회 최아무개 회장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강남과 분당은 오르는데 중계동 지역 아파트 가격이 침체되어 있어서 모두 붙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주민들도 원해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기사화 하지 말라"면서 "B아파트 부녀회장에게 물어보면 더 자세한 사항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역에 있는 아파트 부녀회장들끼지 모임을 갖고 이런 내용을 의논하냐"고 질문하자 최 회장은 "그렇다"고 답변했다.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이 지역 상당수 아파트에서 가격 담합 안내문을 붙여 놓고 있다"면서 "언론에 이런 사실이 보도되면서 가격 담합 움직임이 확산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부녀회에서 가격담합 안내문을 붙이게 되면 아무래도 매매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공정위 "부녀회 중개업자 담합 예의주시중"
공정거래위원회는 부녀회 가격 담합이 강남 이외의 지역까지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는 등 문제가 되고 있다고 보고 부당 담합 행위에 대해 조사를 검토하고 있다. 문제는 공정거래법 자체가 사업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개인을 비롯한 부녀회를 강제할 법적 근거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가 부동산 대책과 맞물려 가격 담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만큼, 어떻게든 조사 방법을 찾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독점국장은 지난 12일 "부녀회와 중개업자의 담합에 대해서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언급해 실사팀 구성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