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당국, 개입놓고 `딜레마`..3연승 거둘까?

`1200원선 방어` 전망 엇갈려
  • 등록 2003-04-16 오전 8:49:00

    수정 2003-04-16 오전 8:49:00

[edaily 최현석기자] 최근 외환시장이 당국의 직접적인 시장개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있다. 지난 1월 1160원대에서 하락을 막았던 외환당국이 지난달 1260원대에서 추가상승시도를 무력화한데 이어 이달에는 1200원대로 하락을 다시 막고 있다. 시장참가자들의 거래 의욕을 위축시킬 것이란 우려가 뒤따른다. ◇당국 올들어 1160↔1260원 방어..이번엔 1200원? 달러/원 환율은 지난 1월9일부터 2월7일까지 거의 한달동안 단 하루(1월21일 1180원)를 제외하고는 1170원대 마감가를 유지했고, 3월28일부터 이달 8일까지는 1250원대를 지속했다. 큰 폭 상승과 하락을 선호하는 시장 생리를 감안할 때 이같은 횡보세는 당국개입 가능성을 여실히 반증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은행 한 관계자는 지난 3월 외환보유고를 사용해 달러매수 개입에 나선 사실을 인정한 바 있다. 당국은 시장의 원성에 불구, 환율 안정을 우선시해야 하는 입장이라 개입을 하기에도, 시장을 방치하기에도 부담스러운 `딜레마`에 놓여 있는 상황이다. 경제상황 악화를 우려해 달러/원이나 엔/원 레벨을 고려할 수 밖에 없으나, 지속적인 개입이 시장 자생력 약화 등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기 때문. 특히, 당국이 1200원대 하락 저지를 목표로 개입에 나설 경우 시장의 원망은 더욱 커질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시장 참가자들은 당국의 시장 개입이 환율 레벨 방어가 아닌 1주일간 40원 이상 급락한 점을 고려한 속도조절에 그치기를 바라고 있다. 한 은행 딜러는 "1200원대 하락 제한이 당국의 진정한 의지인지 여부에 시장관심이 쏠려 있다"며 "이런 식으로 상승과 하락을 제한할 경우 한해동안 50원 움직이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딜러는 "환리스크 관리를 신축적으로 하지 못하는 기업들은 좁은 범위를 선호할 것이나, 은행 딜러들은 100원 이상 등락을 원한다"며 "은행 수익보다는 시장안정과 경기를 고려하는 당국은 환율안정을 원할 것이지만 이번 개입의 진정한 의도는 `속도조절`이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3연승 가능성 주목..일부선 "이번엔 쉽지 않을 것" 당국이 개입을 통해 시장에 3연승을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참가자들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한 외국계은행 딜러는 "시장은 올들어 당국이 지키고자 하는 레벨은 지켜져 왔다는 점을 무서워하고 있다"며 "그동안 개입 당일에는 레벨이 지켜진 뒤 1~2일 뒤에는 급락한 때도 있어 이번에도 하락이 제어될 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다른 은행 딜러는 "현 수준이 뚫릴 경우 전 저점인 1200원을 하회한 채 급락할 가능성이 있어 당국이 직접개입에 나선 것 같다"면서 "개입이 성공할 지 여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성공 가능성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들은 외화예금 가수요 등 매물이 잇따라 시장에 나오거나 나올 채비를 서두르고 있어 개입을 통한 레벨 제한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북핵문제 해결 가능성에 따른 달러매도 심리 확대와 미국의 시리아 공격 뉴스로 달러/엔이 하락하는 점도 당국의 환율하락 저지를 무색하게 만들 수 있는 요인으로 꼽고 있다. 이에 반해 최근 박승 한국은행 총재가 외환보유액 추가확충 가능성을 제기한 상황이라 매물로 개입벽을 뚫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 은행 딜러는 "당국이 1215원에서는 추가하락 저지에 나서는 것 같다"며 "당국의 위력을 알고 역외 매도세도 주춤한 상황이라 결국 당국 입장이 시장에 반영될 것 같다"고 예상했다. 물론, 당국은 개입 사실이나 개입 레벨, 규모 등에 대해서는 여전히 함구하고 있다. 시장 자체적으로 추가하락이 가능할 정도의 매물이 쌓였는지, 아니면 매도세가 약해 일방적 하락시도가 어려울 지를 추측해볼 수 밖에 없다. 며칠전 재정경제부 윤여권 외화자금과장이 "최근 환율이 수급이외 요인들에 영향받아 과도하게 움직이고 있다"며 "정부의 외환정책에는 변함이 없으며, 필요시 외환시장 안정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공식 구두개입한 부분을 되씹어봐야 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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