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세계 주요 증시가 ‘트럼프 랠리’를 타고 오를 때 나 홀로 연일 ‘블랙데이’를 보내는 증시. 올 들어 주요국 증시 중 가장 큰 하락률을 보이며 ‘세계 꼴찌’라는 별명을 얻은 코스닥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대선 승리 후 새롭게 얻은 오명이다.
코스닥은 연초부터 현재까지 20%대 하락률을 보이며 우려의 중심에 섰다. 20%대 하락률을 나타내는 증시는 코스닥 외 전쟁을 진행 중인 러시아가 유일하다. 하물며 19일 기준 코스닥의 연간 하락률은 러시아보다 크다.
부진을 거듭해온 코스닥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그간은 지수 하락에 신음해왔다면 이제는 거래대금마저 쪼그라들며 ‘탈코스닥’ 움직임까지 이어지고 있어서다. 이에 코스닥 기업들도 주가 하락에 자금 조달의 길이 막히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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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조달이 여의치 않은 코스닥 기업들이 유상증자로 운영자금과 채무 상환 자금 만들기에 나서며 올 들어 코스닥 기업의 유상증자 규모는 이미 지난해 연간 규모보다 26.1% 많은 1조 1474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자본이 악화하며 감자를 통해 상장폐지를 피하려는 기업도 증가세다. 하반기 들어 결정한 코스닥 상장사는 총 41곳으로 전년 동기 11곳 대비 네 배 가까이 늘었다
이처럼 혁신기업의 자본조달 창구 역할을 하고 있는 코스닥이 무너지며 한계 기업만 늘어나는 형국이다. 그러나 한계 기업이 자금을 확충할 지원책이 부족하고 한계 기업 퇴출도 쉽지 않아 기업과 투자자 모두 피해가 커지는 악순환에 빠져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계기업의 경우 빠르게 증시에서 퇴출하는 것이 자본시장의 효율성을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