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4일 오후 9시47분쯤, 서울 중구의 약수지구대에는 어머니와 단둘이 살던 50대 남성 A씨의 112신고가 접수됐다. A씨는 이전에도 80대 어머니를 폭행한 전력으로 올해 초 출소한 상태였고 평소 술을 마신 채 폭력을 저질러 신고가 잦았던 인물이기도 했다. 경찰은 어머니와 A씨를 즉각 분리조치 했지만 분리조치 다음 날도 A씨에게서 비슷한 내용의 신고가 들어왔다. 강력사건의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경찰은 A씨의 ‘응급입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22개 병원에 응급입원 가능 여부를 문의해도 돌아오는 건 “불가능하다”는 대답뿐이었다. 결국 계속되는 신고와 수소문 끝에 닷새 만에 A씨를 인천의 한 병원에 보호입원 조치를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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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이데일리의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이 같은 정신질환자의 ‘응급입원 뺑뺑이’는 올해 초 의료대란 후 더 심각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응급입원은 정신질환자로 추정되는 사람 가운데 정신질환자로 추정되는 사람이 자신이나 타인에게 해를 끼칠 위험이 클 때 의사나 경찰관의 동의를 받아 72시간 이내 기간 동안 입원시키는 제도다.
문제는 이 같은 뺑뺑이 와중에 큰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22년 4월 서울 양천구에서는 응급입원이 가능한 병원을 찾지 못해 귀가조처 됐던 30대 A씨가 다음날 오전 숨진 채 발견됐고 2020년 11월 경남에서도 번개탄을 피우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정신질환자가 응급입원에 실패한 지 사흘 후 또다시 극단적 선택으로 숨지기도 했다.
다만 병원이 응급입원을 거부한다고 해도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현행법상 병원에서 정신질환 응급입원 요청을 거부해도 취할 수 있는 명시적인 제재는 없다. 법률사무소 태룡의 김태룡 변호사는 “응급의료법 시행규칙에서 자신 또는 다른 사람을 해할 우려가 있는 정신장애도 응급증상에 해당한다고 명확히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응급의료법 위반에 따른 처벌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면서도 “아직 명확한 법규나 판례가 존재하지 않고 응급입원은 다소 특수한 제도이기에 이를 응급의료에 포함할 수 있는지는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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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입원에 걸리는 시간도 여전히 길다.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8월 정신응급합동대응센터에서 응급입원 대상자를 신병 인계받은 후 응급입원까지 소요된 평균 시간은 약 3시간이며, 가장 오래 걸린 시간은 7시간 5분에 달한다. 응급입원이 지체되는 동안 일시적인 보호조치 등을 담당하는 경찰에 책임 부담이 고스란히 남겨지는 것도 문제다.
이 때문에 정신질환 응급입원을 위한 병원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갖춰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손지훈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교수는 “정신병원 자체는 부족하다고 보기 어렵지만, 일반 정신병원에서 신체 손상이 같이 있는 경우를 해결할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곳도 있다”며 “설비가 갖춰진 대학병원은 정신과가 적자가 나는 과이기 때문에 병상 자체를 많이 배정하지 않는다. 정신병원 설비를 개선하거나 대학병원에서 정신과 병상을 더 마련할 수 있게끔 수가 개선 등 제도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