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미국 제재로 발목 잡혔던 러시아의 북극(ARCTIC) 액화천연가스(LNG)-2 시설에서 대형 선박이 위성 사진에 포착됐다고 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 (사진=AFP) |
|
블룸버그에 따르면 일반적인 LNG 선박과 비슷한 규모인 약 280미터 길이의 선박이 지난 1일 북극 LNG-2 시설에 정박했다. LNG가 적재됐는지 확인되지 않으나 이 시설에 대한 미국의 제재를 우회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보인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에 대해 LNG 시장 전문가인 메디 투일은 “의심의 여지 없이 LNG 운반선”이라면서 “(위성 사진상 포착된) 큰 불꽃은 시설이 재가동되고 있음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위성 사진 속 선박이 위치를 속이거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위치 추적 장치를 끄는 등 소유권 등이 불투명한 ‘암흑 선단’(dark fleet)의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고 전했다. 높아진 해수면 온도로 북극 LNG-2 시설 주변의 수로에서 얼음이 제거돼 일반적인 LNG 선박이 통과하기 쉬워진 점도 영향이 있다고 블룸버그는 진단했다. 해당 선박은 미국 해운조선전문언론 지캡틴이 처음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극 LNG-2 프로젝트는 러시아의 핵심 에너지 개발사업으로, 러시아 민간 가스 기업 노바텍이 전체 지분 가운데 60%를 소유했다. 세계 LNG 시장에서 러시아의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추진 중이었으나 지난해 11월 미국이 러시아의 에너지·군사 등 부문을 겨냥해 북극 LNG-2 프로젝트도 제재 대상에 올리면서 프로젝트 일시 중단 등 어려움에 봉착하기도 했다.
해당 시설은 지난해 12월 가스 생산을 시작했지만 미 제재로 외국 회사들이 접근하지 못하고 특수 쇄빙 운반선 확보가 어려워 아직까지 수출은 이뤄지지 않았다. 유럽연합(EU)은 내년부터 EU 내 항구를 통한 러시아산 LNG 재수출을 금지할 예정이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러시아의 자금줄을 조이기 위해 LNG 수출을 제재해야 한다는 주장은 일찌감치 제기됐다. 러시아는 세계 4위 LNG 생산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