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中기업 ‘침투전략’ 해법은

저가 앞세워 시장 장악한 후,
품질·가격 올리는 전략 '주효'
韓기업 고급화로 대응했으나,
중간재 의존 탓 中 영향 여전
제삼국 활용 확대 등 고려해야
구기보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
  • 등록 2023-12-12 오전 6:30:00

    수정 2023-12-12 오전 6:30:00

마케팅 전략의 가격전략 중에서 침투전략이란 게 있다. 중국 기업들이 특정 업종의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흔히 사용하는 전략이다. 초저가로 시장에 진입하여 경쟁기업을 무너뜨리고 시장을 장악하는 전략이다. 중국에서 승승장구하던 글로벌 기업은 중국 로컬 기업의 저가 공세에 무기력하게 무너졌다. 이들은 결국 중저가 시장을 포기하고 프리미엄 시장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방향을 다시 잡았다. 샤넬, 루이비통 등 명품 브랜드는 물론이고 스타벅스나 애플, 테슬라 등 생활과 밀접한 제품도 프리미엄 시장에 집중했다. 이들은 덕분에 중국 로컬 기업과 비교해 매출이 다소 밀리기도 했으나 적어도 영업이익은 상당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최근 중국 로컬기업이 상당 수준의 기술력까지 확보해 탁월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비)’를 갖추면서 전혀 다른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테슬라는 올 들어 세계 최대 전기차 기업에 걸맞지 않은 수 차례의 가격 인하와 함께 보급형 모델을 확대했다. 초기에 높은 가격을 유지하면서 독점이익을 누리다 경쟁자가 등장하면서 가격은 낮추는 이른바 스키밍전략(skimming strategy)을 실행한 것이다. 애플 아이폰은 삼성전자가 물러난 중국 시장에서 한동안 독보적인 경쟁력을 차지했다. 그러나 추락해가던 중국 기업 화웨이가 올 8월 ‘메이트 60 프로’를 출시하면서 1위 자리를 내주었다.

그동안 중국 시장에서 오랜 기간 승승장구해오던 스타벅스가 중국의 루이싱 커피에게 1위 자리를 내준 것도 매우 충격적인 일이다. 루이싱 커피는 회계 조작 문제로 2020년 나스닥에서 상장 폐지되었던 기업이다. 이런 기업이 불과 3년 만에 중국 시장을 석권하며 스타벅스의 매출을 넘어섰다. 이뿐 아니다. 루이싱 커피는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상당히 양호한 수준을 기록하였다. 중국 현지에서 커피 가격은 스타벅스의 3분의 1 수준이지만 커피 맛에서는 별 차이가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루이싱 커피가 단순히 저가전략만을 추구한 것이 아니다. 다양한 신메뉴를 출시하면서 스타벅스와 차별화 전략을 펼친 게 주효했다.

한국 기업이 처한 상황도 이와 비슷하다. 중국 시장에서의 현지 로컬 기업과의 경쟁은 이미 상당 부분 가성비에서 밀렸다. 한국 기업은 이후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예를 들어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삼성디스플레이는 LCD 생산을 전면 철수했고 LG디스플레이는 중국 내 생산을 50%로 줄였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중국 기업의 저가전략에 밀려 LCD 시장을 내어준 대신 프리미엄 제품인 OLED나 QLED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걱정거리는 또 있다. LCD 시장을 사실상 독점한 중국 기업들이 TV 판매 감소로 LCD 수요가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가격을 지속적으로 인상하고 있다. 또 이 같은 중국발 LCD 가격 인상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LCD를 사용하는 일반 TV 생산단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같은 중국 기업의 가격전략은 전형적인 침투전략에 해당한다. 초저가로 시장을 장악하고 경쟁자를 밀어낸 후 가격을 올리는 전략이다. 한국 기업이 부품 등 중간재를 중국 기업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중국 기업의 가격 인상은 한국 기업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LCD의 사례를 고려한다면 앞으로 한국 기업이 일반 제품에서 프리미엄 제품으로 전환하더라도, 갑자기 일반 제품 생산을 중단하기보다는 그 생산기지를 베트남 같은 제삼국으로 이전하는 것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또 한국 기업이 해당 제품을 지속적으로 생산하기 어려운 경우에라도 중국이 아닌 제삼국 기업에 기술과 생산설비를 매각해 중국 기업이 글로벌 시장을 독점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대체 수입처를 확보하는 신중함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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