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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등록된 한 금융관련 카페는 7일 현재 1만6000여명의 회원을 거느리고 있다. ‘개인돈’을 빌려주는 코너와 빌리는 코너를 운영하고 있다. 전자는 사채업자가, 후자는 급전이 필요한 사람이 글을 올리게 돼 있다.
빌려주는 코너엔 전날 하루에만 506건의 글이 올라왔다. 제목은 ‘최고 빠른 곳!’, ‘힘든 하루 30분 이내 됩니다’ 식이다. 내용엔 ‘ㅋㅌ : XXXX(ID)’로 돼 있다. 해당 ID로 카카오톡에 검색해 따로 연락하라는 것으로, 내용이 암호처럼 돼 있다. 빌리는 코너엔 전날 28건이 게시됐는데 ‘10만원 차용, 10일 상환 가능’, ‘50만원 대출 문의’ 식의 글이 많다. 클릭해 들어가 보면 개인 전화번호를 올리거나 별도로 쪽지를 달라는 내용도 많다.
이 카페 운영자는 등록(합법) 대부중개업자가 아니다. 대부중개를 하려면 금융위원회나 지자체에 등록한 후 사이트 하단에 법인명, 대부업 등록번호, 대표자, 법인 전화번호 등을 기재해야 한다. 그러나 카페엔 아무것도 없다.
불법 인정 어려워…카페 계정 삭제 못해
불법사금융이 포털 카페를 통해 벌어지고 있지만 제도적으로 카페를 정지시키는 것은 쉽지 않다. 온라인상에서 이뤄지는 불법 대부중개는 불법광고 명목으로 사이트를 차단하거나 게시물을 삭제한다. 정보통신망법상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친다.
불법 대부중개만 하는 사이트를 차단하는 것은 그나마 낫다. 네이버 카페 계정을 삭제하려면 불법성을 인정해야 하는데, 사채업자들이 카카오톡 아이디만 남긴 게시글을 불법 대부광고로 해석할 수 있는지가 불분명하다. 대출자가 올린 게시글은 대부광고로 보기도 쉽지 않다.
카페 자체가 불법으로 인정되지 않으면 각 게시글을 삭제하는 정도에 그치게 된다. 방심위가 하루에도 500건 이상 올라오는 게시글을 건건이 심의해야 해 이마저도 시간이 오래 걸리는 구조다. 이러한 제도적 맹점 탓에 이 네이버 카페는 정부 감시망을 피할 수 있었다.
금융당국은 관계기관과 협조해 이같은 카페도 최대한 걸러내겠다는 입장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관계당국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불법 요인이 있으면 즉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지난 6월부터 10월까지 대부금융협회와 정부지원, 서민금융대출을 사칭하는 불법대부광고에 대한 특별점검을 벌여 총 283개 사이트를 적발, 관계기관에 통보했다. 정부를 상징하는 ‘태큭마크’를 사용하거나, ‘햇살론’ 등 문구를 통해 정책금융상품으로 오인하는 식이었다. 문제가 되고 있는 네이버의 이 카페는 이러한 방식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