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개전 이후 최대 규모의 드론 공습을 퍼부었다. 겨울이 다가오면서 우크라이나를 겨냥한 러시아 공세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 2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 상공에서 러시아군 드론이 격추되고 있다.(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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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이날 새벽 드론 75대를 동원해 키이우를 공격했다.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아나를 침공한 이래 드론 공습으론 최대 규모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 75대 중 74대를 격추했으나 11세 소녀를 포함해 5명이 부상을 입었다. 같은 날 우크라이나 동남부 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에서도 러시아군 Kh-59 순항미사일이 격추됐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1932~1933년 옛 소련의 실정으로 우크라이나인 수백만명이 아사한 홀로도모르 대기근을 애도하는 추모일이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텔레그램을 통해 “(이번 공격은) 의도적인 테러”라며 “러시아 지도부는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걸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규탄했다.
최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향한 공세를 다시 강화하고 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지난 한 주 동안에만 러시아군 공격으로 5명이 숨지고 84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러시아군은 특히 겨울을 앞두고 전력망·난방망 등 인프라를 파괴해 우크라이나에 타격을 주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날도 키이우 내 건물 200곳에서 러시아군 공격으로 전력 공급이 중단됐다. 또한 동부 요충지인 아우디이우카에선 몇 주째 러시아군의 인해전술이 이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금융 전문가인 세르히 푸르사는 이날 대공습에 대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늘밤 서곡을 들은 것 같다. 겨울(공세)의 서곡이 들리는 것 같다”고 썼다.
우크라이나는 서방에 지원 확대를 요청하고 있다. 최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으로 국제사회 관심이 분산된 데다가 갈수록 우크라이나 지원에 회의적인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는 게 우크라이나 걱정거리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키이우에서 열린 식량 안보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의) 대공 방어 능력이 부족하다는 건 비밀이 아니다”며 “우린 특정한 방공 시스템을 (다른 나라에)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