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옐런 대대적인 돈풀기 예고에도 고개드는 달러 강세론…왜?

이미 드러난 달러 약세 요인..시장엔 충분히 반영
바이든식 美·中 정책 불확실성 커..위안화 변수 남아
10년물 국채금리 상승, 弱달러 투자에 빨간 신호
전문가들 "달러 약세긴 한데..약세폭 안 커"
  • 등록 2021-01-25 오전 4:00:00

    수정 2021-01-25 오전 4:00:00

사진= AFP
[이데일리 최정희 이윤화 기자] 달러화가 호재와 악재사이에서 아슬아슬한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 재정적자를 감수하고 돈을 쏟아붓겠다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했다. 게다가 민주당이 상원, 하원을 모두 장악하는 ‘블루웨이브’가 현실화했음에도 달러 약세 전망은 힘을 잃고 있는 반면 강세론자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작년말까지 블루웨이브는 공격적인 경기부양에 따른 재정적자 확대, 마이너스 실질금리로 읽히며 달러 약세를 자극하는 요인이었다.

그러나 막상 블루웨이브가 현실화했음에도, 달러는 아무 일 없다는 듯 자리를 지키고 있다. 물가 상승 기대가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를 1% 위로 끌어올리면서 달러 강세를 자극했다. 기저효과만 따져도 올해 물가는 상승세에 무게가 실린다는 점에서 달러가 당초 전망보다 강세를 보일 수 있다는 관측이다.

미국 경제를 가로막던 소비부진도 백신 접종자가 늘어나고, 바이든노믹스가 본격화하면 회복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도 달러 강세 전망에 힘을 싣는다.

게다가 달러 하락이 원화강세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 원화의 방향성은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 정책에 더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전임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 때리기를 계승하는데 그치지 않고 동맹국들까지 동원해 압박수위를 높일 것이란 전망이다. 위안화가 약해지면 한 묶음인 원화도 약세를 피하기 어렵다.

재닛 옐런 미국 신임 재무장관 지명자. (사진=AFP 제공)
돈풀겠다는 바이든·옐런 …달러 약세 예고

아직은 약세론이 우세하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헤지펀드 등의 달러 순매도 포지션은 1월 12일 340억달러(12일로 끝나는 한 주)로 2011년 5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하면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할 것이고 이로 인해 달러가 약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에서다.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은 1조9000억달러의 부양책을 제시했고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 지명자도 ‘통 큰 부양책’을 언급했다.

문제는 ‘경기부양책→재정적자, 실질금리 마이너스 확대→달러 약세’ 흐름은 이미 시장에 충분히 반영됐다는 점이다. 올 들어 블루웨이브는 오히려 ‘기대인플레이션 상승→10년물 국채 금리 상승→달러 강세’를 자극했다.

10년물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작년말 1.99%에서 이달 22일(현지시간) 2.09%로, 10년물 미국 국채 금리는 같은 기간 0.93%에서 1.09%로 상승했다. 달러인덱스도 같은 기간 89.93에서 90.24로 올랐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비슷한 수준의 금리를 준다면 미국 국채가 더 투자 매력이 높다. 이런 흐름은 달러 약세 경로가 생각보다 견고하지 않을 수 있음을 경고한다.

류은경 부산은행 자금운용부 과장은 “돈을 많이 푸니까 달러가 약세라고 하지만 이건 이미 반영된 이슈”라며 “이것으론 환율이 쉽게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가, 경기 회복 경로에 따라 달러가 언제 더 약해질지, 강해질지에 대한 의견도 갈린다.

김효진 KB증권 연구원은 “(작년 4월) 마이너스 유가로 올해는 2분기초까지 기저효과로 물가가 오를 가능성이 있다”며 “물가 상승, 금리 상승에 1분기까진 달러가 강세를 보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하지만 그 뒤에는 물가 상승이 둔화하면서 금리상승도 약해지고 달러는 다시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미국의 경기부양책, 백신 보급 등이 하반기로 갈수록 미국 경기 회복을 자극해 달러가 강세 전환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정권 초기엔 단기적으로 달러가 약세를 보일 것”이라면서도 “미국 백신 보급이 활발해지면 다른 나라보다 경기가 빠르게 정상화 궤도에 올라 하반기에는 달러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美·中 관계 어떻게 정립될까..원화 방향성 달려

원·달러 환율의 방향성은 바이든 행정부 재정정책이 아닌 대중(對中) 정책에 달려 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중국 때리기는 계속될 전망이다. 다만 그 방식이 과거보다 좀더 다양화하고, 동맹국들을 동참시키는 방식들이 동원될 것이라는게 트럼프 행정부와의 차이다.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 지명자는 최근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중국의 불공정하고 불법적인 행위에 대응하기 위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지난 22일 달러가 유로화 등 주요국 통화 대비 약세를 보였음에도 위안화, 원화에 대해선 강세를 나타냈다.

특히 우리나라로선 2019년 고래 싸움에 새우등이 터졌던 경험이 있다. 미중 분쟁이 격화됐던 2019년 원·달러 환율은 3.65%나 상승했는데 중국의 달러·위안 환율은 1.24% 오르는 데 그쳤다. 정작 공격을 당한 곳은 중국인데 달러화 대비 원화 하락폭이 위안화보다 컸던 것이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의 중국 의존도가 워낙 높아서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코노미스트들의 올해 달러 대비 위안화 전망치는 7.2% 하락(전년비)에서 6.6% 상승으로 광범위하다. 그 만큼 불확실성이 크다는 의견이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원은 “바이든도 보호주의는 트럼프와 같다. 단지 극단적이냐, 덜 극단적이냐의 차이일 뿐”이라며 “작년 달러 약세를 유발했던 요인들이 달러 강세로 바뀌고 1분기가 지나면서 턴어라운드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사진=AFP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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