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식로드]개고기는 괴고기인가<1>

매해 삼복철 불거지는 개고기 식용 논쟁
코로나 19로 위생불안 커져 반대론 힘 커지지만
개고기 유통 및 섭취 불법 아니라 금지 근거 없어
식품업계는 거리두기…"팔았다간 난리"
  • 등록 2020-07-18 오전 9:00:00

    수정 2020-07-18 오전 9:00:00

음식은 문화입니다. 문화는 상대적입니다. 평가 대상이 아니죠. 이런 터에 괴상한 음식(괴식·怪食)은 단어 자체로서 모순일 겁니다. 모순이 비롯한 배경을 함께 짚어보시지요. 모순에 빠지지 않도록요. <편집자주>
비건(Vegan) 세상을 위한 시민모임 회원들이 지난 16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서 ‘초복을 맞아 채식으로 건강을 챙기세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한국인은 개를 먹지 마라’는 주장은 나라 밖에서도 요란스럽다. 국제 청원사이트 `체인지닷오아르지`는 코리아(Korea)를 `개고기 먹는 나라`로 정의한다. 17일 현재 이 사이트의 인기 청원은 ‘문재인 대통령은 개고기 거래를 금지하라’는 내용이다. 2012년 올라온 비슷한 글은 12만명이 넘는 지지를 받았다. 그래도 바뀐 건 없다. 여전히 한국인은 개고기를 먹는다.

개고기 논쟁은 해묵은 일인데, 삼복을 전후해 시빗거리가 더 커진다. 비건(Vegan) 세상을 위한 시민모임은 초복을 맞은 지난 16일 서울 광화문에서 채식 촉구 퍼포먼스를 했다. “개는 음식이 아니라 반려동물”이라는 게 모임의 주장이다. 개식용 반대의 한 축은 이렇듯 감성에 소구한다. ‘어떻게 가족 같은 개를….’ 가족 같은 개가 없는 이들은 공감하지 못한다. 반쪽짜리다.

반대론의 다른 반쪽은 위생 문제를 든다. 올해 등장한 바이러스는 힘을 실었다. 날짐승을 식용으로 쓰는 과정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터진 가능성이 불거지면서다. 개고기도 마찬가지다. 도륙과 유통이 여전히 음지에서 이뤄진다. 중국에서 2003년 청산가리를 먹은 개고기가 유통 과정에서 적발된 건 사례다. 도륙하기 귀찮아서 독을 먹였다. 한국도 이런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관리가 안 되니 전염병 발병 위험을 차단하기 어렵다. 그러니 아예 먹지 말자는 것이다.

`개고기의 나라` 중국에서 이런 움직임이 일어 유난스럽다. 중국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지난 2월 야생동물 거래·식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만들었다. 물론 코로나 19 진원지로 지목된 걸 희석하려는 방편이란 시각도 있다. 그럼에도 파격적인 조처다. 중국은 개고기의 나라다. 매해 열리는 개고기 축제 기간, `열흘간 개 1만 마리를 도살`한다는 보도가 있을 정도다. 이런 중국이 개고기를 먹지 말라고 한다.

국제청원사이트 체인지닷오아르지에 올란온 한국의 개식용 반대 청원글. 청원인은 ‘또다른 팬데믹이 세계를 덮치기 전에 한국에서 개고기 거래를 금지하라’고 주장했다. 17일 오후 1시40분 현재 이 글은 2만5000여명의 지지를 받았다.(사진=사이트 캡쳐)
물론 ‘개식용 반대’에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우선 국내에서 개식용은 불법이 아니다. 개는 축산법상 가축이다. 가축에서 얻은 고기는 축산물이다. 축산법의 제정 목적은 `축산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데 이바지하는 것`이다. 즉, 이 법은 `개고기 공급이 안정적으로 이뤄지도록` 버티고 있다. 개가 축산물위생관리법상은 가축이 아닌 점이 공백이긴 하다. 가축의 사육·도살·가공·유통을 아우르는 이 법의 지배를 받지 않는다. 그래서 식용 개고기에 위생과 보건 잣대를 들이대면 껄끄러운 게 사실이다. 그러나 제도 공백을 들어 개고기 식용을 금지하기는 어렵다. 불법이 아니니 먹지 말라고 하기가 궁색하다.

게다가 “보신탕을 먹어서 건강해졌다”는 이의 주장은 진위를 따질 대상이 아니다. 개를 먹어서 행복한 이를 나무라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불편한 건 이들을 보는 쪽이다. 행복과 불편, 상반하는 감정이 충돌하면서 개고기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양쪽 누구도 절대적으로 옳은 건 아니다. 그래서 접점이 없다.

여론에 민감한 식품회사 얘기를 들어봤다. 가정간편식(HMR) 제조업체 관계자는 “개고기를 간편식으로 제조할 기술력은 충분하다”면서도 “그럼에도 여태 개고기를 안 팔았고, 앞으로도 팔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팔았다가 난리가 날 것”이라는 게 이유라고 했다.

돈 되면 마다할 리 없는데, 거기에도 정도가 있다는 게다. 보신탕 한 그릇 비우는 행복감보다, 빈 그릇에 담길 불편함이 더 불편하다는 말로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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