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하루 2명 이상 자궁경부암으로 사망
자궁경부암은 전 세계 여성에게 세 번째로 빈도가 높은 암이다. 연간 대략 50만 건 정도 보고되고, 약 23만 명이 매년 사망한다. 다행히 국내 자궁경부암 발생자 수는 매년 줄고 있다. 보건복지부 ‘2018 국가암등록 통계’에 따르면 국내 자궁경부암의 연령 표준화 발생률은 인구 10만 명 당 2009년 12.3명에서 2018년 8.4명으로 감소했다. 자궁경부암을 유발하는 인유두종바이러스(HPV, Human Papiloma Virus)에 대한 백신 무료접종 사업과 자궁경부암 국가 검진사업 등 예방 정책 때문이다.
그렇다고 안심은 금물이다. 우리나라는 매년 약 5만 명 이상의 여성이 자궁경부암으로 진료를 받고, 한해 3500명이 새롭게 진단을 받는다. 2018년에는 800명 이상이 자궁경부암으로 사망했다. 아직도 하루 2명 이상이 자궁경부암으로 사망하는 셈이다.
최세경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자궁경부암은 다른 암과 달리 유일하게 예방백신이 있고 조기에 발견할 경우 완치율도 높다”면서도 “하지만 발병 여부에 따라 임신이나 출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무엇보다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HPV 감염이 원인… 16형/18형 70% 차지
인유두종바이러스에 감염됐다고 해서 모두 자궁경부암으로 발전하는 건 아니다. 저절로 사라져 자연치유 되기도 한다. 물론 감염 상태가 지속되면 자궁경부암의 위험은 높아진다. 학계에서는 바이러스의 감염과 함께 흡연, 성병, 영양, 여러 번의 출산 경험 등 다른 요인들이 자궁경부암 발병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자궁경부암은 초기에는 아무런 증상이 없기 때문에 자가진단이 어렵다. 그러나 암이 진행되면 성관계 후 출혈, 월경 이외의 비정상적 출혈, 악취가 나는 분비물 또는 출혈성 분비물, 배뇨 곤란, 아랫배와 다리의 통증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최세경 교수는 “주요 증상인 출혈 역시 경미한 수준으로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며 “말기에 이르러서야 통증이 나타나는 만큼 정기적인 검사와 진찰을 통해 조기에 발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백신 접종으로 예방… 20대 이상 2년에 한 번 검진 필요
자궁경부암은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정기검진을 받고 인유두종바이러스 예방백신을 접종받아야 한다. 국가암검진권고안에 따라 만 20세 이상 여성은 2년에 한 번 자궁경부암 검진을 받도록 한다. 검사는 간단한 자궁경부세포검사로 진행된다.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은 인유두종바이러스의 감염을 예방한다. 4가 백신의 경우 6형 1형 18형, 9가 백신은 그 외 추가로 다섯 가지 아형에 대한 예방 효과가 있다. 백신의 권장 접종 연령은 9~26세 여성이다. 최근에 개정된 임상접종 지침은 4가 및 9가 백신의 경우 45세, 2가 백신의 경우 55세까지 접종 가능 연령을 확대했다.
자궁경부암 백신은 2016년 국가예방접종사업(NIP)에 포함됐다. 만 12세 여아는 무료로 접종받을 수 있다. 예방백신 3회를 모두 접종한 경우 인유두종바이러스 16형과 18형에 대해 거의 100% 예방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국가예방접종으로 접종받을 수 있는 자궁경부암 백신은 서바릭스, 가다실 두 종류다. 또한 기존에 30세 이상 여성에게 제공해오던 자궁경부암 검진을, 2016년부터는 전체 20대 여성으로 확대 제공하고 있다. 이미 감염됐던 사람도 백신 접종을 통해 재감염 위험에 대비할 수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성접촉이 있기 전 아동·청소년기(만 9~14세)에 자궁경부암 예방접종을 받으면 그 이상 연령에서 접종한 것보다 면역반응이 더 높아 효과적이라고 발표했다.
최 교수는 “자궁경부암 백신에 대한 잘못된 부작용 정보로 인해 접종을 기피하는 사람이 종종 있다”며 “자궁경부암 백신의 부작용 위험은 독감 및 다른 백신보다 낮은 수준으로 안전한 편이다. 반드시 접종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어 “인유두종바이러스는 성적 접촉에 의해 감염될 수 있기 때문에 안전한 성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자궁경부암 예방에 도움이 된다. 또 자궁경부암으로 진행되기 전 상태인 상피내종양을 일찍 발견해 치료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