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어도 괜찮다는데`…돼지열병 후 뜸해진 손님에 우는 정육점·식당

인체 무해 홍보에도 소비자들은 "왠지 찝찝해서"
공급 부족에 돼지고기 가격 뛰고 손님까지 줄어
이중고 시달리는 정육점·식당 소상공인들
전문가 "인체 무해" 재차 강조…가격 안정 대책 필요
  • 등록 2019-09-20 오전 6:22:00

    수정 2019-09-20 오전 6:22:00

지난 18일 서울 성동구 마장동 축산시장의 모습 (사진=황현규 기자)


[이데일리 황현규 기자]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의 발병으로 돼지 고기 가격이 상승하고, 소비자들이 구매를 주춤하면서 정육점·식당 등 소상공인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ASF가 인체에 무해하다며, 돼지고기 값 안정을 위한 정부의 대책을 강조했다.

돼지고기 가격 뛰고 손님들 발길도 `뚝`

ASF 발병으로 돼지고기 가격은 연일 상승하고 있다. 19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이날 국산 냉장 삼겹살 100g당 평균 소매 가격은 2103원으로 확인됐다. 발병 직전 16일 삼겹살 소매가격은 2013원이었으나 발병 직후 가격은 서서히 올랐다. 실제 17일(발병 당일) 삼겹살 100g당 소매 가격은 2029원으로 올랐고, 이후 18일 2044원으로 상승했다.

상황이 이렇자 돼지고기를 파는 식당 주인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삼겹살 집을 운영 중인 유귀숙(67)씨는 “당장 수급하는 삼겹살 가격이 상승한다 해도 식당에서 파는 가격을 올릴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그렇다고 양을 줄여서 나가는 것도 손님 입장에서는 기분 나쁘지 않겠냐”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유씨는 “만약 ASF가 장기화된다면 차라리 삼겹살 판매를 멈추고 다른 메뉴를 그동안 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소상공인들은 아예 손님 발길이 끊길까 우려하기도 한다. 서울 마장시장에서 20년 동안 돼지고기를 판매해 온 박모(59)씨는 “가격이 오르거나 수급이 어려워지는 것은 나중 문제”라며 “가격이 내려가던 올라가던 중요한 것은 손님이 확 줄어주는 것”이라고 했다. 박씨는 “인체 무해하다 해도 ‘돼지고기=병’이라는 생각이 들면 누구도 먹으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ASF를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불안도 여전하다. 서울 종로구의 김진묵(29)씨는 “돼지 열병 뉴스를 접하고 고기 먹기가 꺼려진다”며 “한동안은 삼겹살집이나 정육점에 방문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18일 오후 경기도 안성시의 한 양돈 농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인체엔 무해…고기값 안정대책 필요”

전문가들은 ASF가 인체에는 무해하다고 재차 강조한다. 또 소상공인을 위해 돼지고기 가격 안정화 대책 등도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형우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 축산관측 총괄 전문연구원은 “이 병이 처음으로 발생했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심리적인 불안해 할 수 있다”면서도 “100% 치사율이라고 하면 굉장히 무섭다고 느끼겠지만, 이는 돼지에게만 해당될 뿐 사람에게 전염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이 연구원은 또 돼지고기 가격 안정세를 위해 불안 요소 등을 정부가 적극적으로 제거해야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일시적으로 돼지고기 공급이 부족해지거나 소비자들의 구매 감소로 등이 작동해 가격이 오르락 내리락 할 수 있다”며 “대체재인 소고기·닭고기의 가격도 변동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나서서 심리적 불안을 해소하고 초기 진압을 통해 ASF 사태가 장기적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노력해야한다”고 덧붙였다.

ASF는 지난 17일 경기도 파주시에서 처음 확진판정이 나온 이후 다음날 18일 연천군 소재의 한 돼지농장에서도 발생했다. 농림식품부는 첫 ASF가 발생한 파주농장과 연천농장 간 거리는 약 50km 정도이며 서로 차량 등의 이동은 없던 것으로 보고, 감염 경로를 확인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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