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찾은' 美볼턴, 러 측에 'INF 파기' 의사 전달한 듯

내일 푸틴 러 대통령과의 면담 주목
  • 등록 2018-10-23 오전 6:24:09

    수정 2018-10-23 오전 6:24:09

[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러시아를 방문 중인 존 볼턴(사진)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은 22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러시아 측 카운터파트인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NSC 서기(수석급)와 만났다고 ABC방송 등 미국 언론들이 현지 언론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자리에서 볼턴 보좌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양국 간 ‘중거리 핵전력 조약’(INF)에 대한 ‘파기’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공보실은 두 사람 간 비공개 회담 후 “이란 핵 합의, 시리아·우크라이나·아프가니스탄 상황과 한반도 핵 문제 등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회담이 건설적이고 실무적인 분위기에서 진행됐다”며 “양측은 전략적 안보 문제와 관련한 여러 수준에서의 미·러 간 대화를 구축하기 위한 전망에 대해 솔직히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모스크바 주재 미국 대사관도 트위터에 “회동에서 군축 조약과 시리아, 이란, 북한 문제 등과 테러와의 전쟁 등을 포함한 광범위한 국제 안보 문제를 논의했다”고 확인했다.

두 사람은 ‘INF 파기’도 회담 테이블에 올렸다. 양국 외신에 따르면 파트루셰프 서기는 볼턴 보좌관의 ‘파기’ 예고에 대해 협정 유지의 중요성을 설파하면서 입장 차를 줄이기 위한 공동 작업에 나서자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내일(23일) 예정된 볼턴 보좌관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간 ‘면담’에서 더 구체적인 협의가 오갈 것으로 보인다.

1987년 당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옛 러시아) 공산당 서기장이 맺은 INF는 사거리가 500∼5500㎞인 중·단거리 탄도·순항미사일의 생산·실험·배치를 전면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따라서 ‘냉전 시대’의 종말을 예고한 역사적 협정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 기자들에게 “모스크바(러시아 정부)가 합의를 위반했다”며 “협정(INF 조약)을 폐기하고 탈퇴하려고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서태평양에서의 핵 영향력 확대를 꾀하는 중국을 압박하려는 조처로 풀이된다. 일각에서 핵개발 경쟁에 따른 ‘신냉전’ 우려가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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