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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 사태 이후 삼성과 SK 등 주요 그룹들은 투명성 강화를 약속하면서 기부금 집행 기준· 절차를 강화하는 방안을 도입하기도 했다. 괜한 오해를 살 수 있는 기부 등은 사전에 차단하는 식으로, 이른 바 ‘자체 검열’을 시작한 것이다. 이는 전반적인 기부 문화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컸지만, 기부에 덜미 잡혀 여론의 질타를 받은 기업들 입장에서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29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국내 500대 기업(매출 기준) 중 기부금 내역을 공시한 257곳의 기부금 현황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올 3분기까지 누적 기부금 규모는 9788억원에 불과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기부금 규모가 1조1299억원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1511억원(13.4%)이나 줄어든 것이다. 특히 조사 대상인 500대 기업의 영업이익이 올 들어 38.1%나 늘어났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부금 감소 폭은 더욱 두드러진다.
삼성 뿐만이 아니다. 다른 기업들도 예년보다 기부에 인색한 모습을 보였다. KT&G(-188억원), GS칼텍스(-170억원), 우리은행(-140억원), SK가스(-72억 원), SK네트웍스(-49억원), 대우건설(-49억원), LG디스플레이(-46억원) 등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 모두 1년 전보다 기부금 집행을 줄였다.
한편, 삼성전자는 1년 전보다 기부금을 40% 가량 축소했지만, 올해에도 기부금 총액 1위에 올랐다. 삼성전자가 올해 집행한 기부금은 1705억원으로 2위인 SK텔레콤(579억원)의 3배에 달했고, 기부총액 2~5위를 합친 금액(1585억원)보다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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