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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클래식을 알릴 수 있다면 또 예능에 출연할 겁니다. 단 몸으로 뛰어야 하는 TV방송은 빼고요. 하하.”
바리톤 김주택(31)이 호탕하게 웃었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크로스오버 노래경연 프로그램인 JTBC ‘팬텀싱어 시즌2’에 나와 대중적인 지명도를 얻은 그다. 주위에선 승승장구하던 가수 커리어(경력)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지만 용기를 냈다. 김주택은 “준우승으로 마무리를 해 아쉽지만 ‘클래식’을 알리고자 한 마음이 대중에게 고스란히 전달된 것 같아 보람이 있다”며 “‘유희열의 스케치북’처럼 토크형식의 TV방송이라면 출연할 자신이 있다”고 웃음 지었다.
그렇다. 그는 세계적인 바리톤 가수다. 2009년 이탈리아 예지 페르골레지 극장에서 ‘세비야의 이발사’ 피가로 역으로 데뷔한 후 정글 같은 음악계에서 1순위 캐스팅을 따내는 인물이다. 그런 그가 드디어 본업인 오페라로 돌아온다. ‘팬텀싱어’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뒤 첫 복귀작이다. 내달 2일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오페라 콘서트(콘체르탄테)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무대에 올라 주인공 ‘엔리코’를 연기한다.
△‘클래식은 왜 대중에게 소외됐을까’ 물음표
첫 방송 이후 주요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여러 번 이름이 오르면서 유명세도 치렀다. 그는 “팬들이 많아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아직까지 실감이 나진 않는다”며 겸손해했다.
클래식 음악이 힘을 가지기 위해선 대중의 관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봤다. 그는 “부모님의 반대가 컸는데 이제 응원해주신다. ‘우리 아들 고생했어. 최고야’라는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본연의 자리에서도 시청자들이 클래식 음악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게 내 일인 것 같다”고 웃었다.
△“도밍고에 빠져 성악가 되기로 마음 먹었죠”
김주택은 어떤 아이였을까. 노래를 곧잘 불러 노래방에서 마이크를 놓지 않은 소년이었단다. 그는 “초등학생 시절, 딱 이맘 때 김장철이면 할아버지·할머니 댁에 놀러갔는데 노래방기계가 있었다. 나훈아 ‘영영’을 불렀는데 모인 동네 아주머니들이 너무 좋아하셨다. 할머니는 빨간 고무장갑 낀 채로 ‘우리 손자’라며 자랑을 많이 했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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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이라고 느낀 건 중1 때라고 했다. “교회 가족 찬양대회에 나가 대상을 받았는데 마침 TV에 나온 플라시도 도밍고 모습을 보고 테너가 되기로 마음먹었죠. 하지만 곧 변성기가 와 반년 넘게 끙끙 앓고 나서야 내 소리는 바리톤임을 받아들일 수 있었어요.”
△본업에 충실…대중과의 약속도 지킬 것
김주택의 내년 스케줄은 빠듯하다. ‘팬텀싱어2’ TOP12 전국투어콘서트를 마친 뒤 예정된 공연을 위해 내년 3월 이탈리아로 건너간다. 6월까지 3편의 작품을 소화하고, 하반기엔 국내외를 종횡무진해야 한다.
우선 현재 가장 공을 들이는 작품은 당장 12월 2일 공연하는 오페라 콘체르탄테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무대다. 도니제티의 오페라 ‘람메르무어의 루치아’는 고난도의 기교를 요구하는 벨칸토 오페라의 대표작이다. 죽음으로 막을 내리는 루치아와 에드가르도의 비극적 사랑을 그린다. 소프라노 캐슬린 김과 테너 박지민 등 쟁쟁한 성악가가 뭉친다.
김주택은 어린 시절부터 ‘엔리코’ 역을 꿈꿨다고 했다. 그는 “이탈리아 소프라노 마리엘라 데비아가 라스칼라에서 공연했던 ‘루치아’ DVD와 실제 공연을 모두 봤는데 그 감동이 잊히지 않는다”며 “그에 못지않은 무대를 선사하겠다”고 말했다.
도전정신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그는 “10년 혹은 20년 이후는 현재에 따라 달라진다”며 “할 수 있을 때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먼 훗날이 궁금해지는 사람이고 싶다”고 했다. “오페라가 어려운 게 아니에요. 연애처럼 음악도 마찬가지에요. 일상에서 사람이 살며 만드는 스토리지요. 그 안에 진정한 마음을 담아낼 수 있는 음악가가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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