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 궁합은 물론 성격, 대화 코드까지 잘 맞는 동료이자 가족, 반쪽을 만나는 것은 기적과도 같은 일이다. 그 기적을 이룬 공연계 행운아들을 모아봤다. 사진 ①은 뮤지컬 ‘황태자 루돌프’에서 사랑을 키운 배우 안재욱·최현주 부부 ②연극 ‘나와 할아보지’로 7년만에 한 무대에 선 진선규·박보경 부부 ③7년째 연애중인 배우 이자람·백석광 ④연극 ‘페리클레스’에 동반출연한 유인촌과 아들 남윤호(사진=EMK뮤지컬컴퍼니·스토리피·명동예술극장·예술의전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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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전우애 같은 게 있다. 첫 번째 내 팬이자 평생 내 편”이라고 말하자 “때론 누구보다 냉철한 비평가”라고 맞받았다. 극공작소 마방진 1기 동기에서 4년 차 부부가 된 배우 호산과 양영미가 그들이다. 반대로 배우 이영미의 남편인 김태형 연출은 “좋은 점이 더 많지만 힘든 점도 있다. 사생활이 없다. 모든 게 노출돼 거짓말이 없다”고 웃었다.
최근 부모-자식, 형제-자매, 남편-아내 등 가족으로 맺어진 공연계 인연들의 활동이 활발하다. 한 무대에 같이 서는가 하면 무대 위 응원은 물론 출연 섭외 내조까지 안팎으로 조력자 역할을 톡톡히 한다. 그들의 관계도를 끄집어내 봤다. 알고 있거나 전혀 몰랐던 인연들이다.
△부자·부녀·남매…내 끼는 유전의 힘 최근 ‘커밍아웃한 부자’는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그의 아들 남윤호(본명 유대식)다. 연극 ‘페리클레스’에 동반 출연했다. 젊은 페리클레스는 아들이, 노년의 페리클레스는 아버지가 맡아 주인공 일생을 나눠 연기했다. 닮은 외모와 목소리, 한 인물을 연기하기에 좋은 조합을 이뤄 평단과 객석의 호평을 받았다.
| 김명곤 전 문화부 장관은 딸 아리씨와 공연제작사 선아트컴퍼니를 운영중이다(사진=세종문화회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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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배우로 활약 중인 정원영도 아버지가 정승호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데뷔 7년 만인 지난해 말 뮤지컬 ‘라카지’를 소개하는 한 방송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이들의 부자지간이 공개됐다. 정원영은 “아버지에 대해 말을 아낀 적은 없다. 그저 표현하지 않았을 뿐이다. 서로를 위해 조심스럽게 행동했다”면서도 “기회가 온다면 같은 무대에 서보고 싶다”고 말했다.
부녀관계도 있다. 현역배우로 활발히 활동 중인 김명곤 전 문화관광부 장관과 딸 아리 씨다. 한예종에서 예술경영을 전공한 아리 씨는 현재 아버지가 운영 중인 선아트컴퍼니에서 기획팀장으로 일을 돕고 있다. 어렸을 때 대학로에서 살다시피 하며 끼를 물려받은 결과다.
클래식계 대표 남매로는 ‘정 트리오’라 불리고 있는 정명화(첼로)·정경화(바이올린)·정명훈(지휘자). 현재 대관령국제음악제와 서울시향의 예술감독을 맡아 활약 중인 이들은 한국 클래식계 위상을 높인 역할이 크다. 박종화와 박종경 피아니스트 남매도 일찍이 세계 무대에서 젊은 거장으로 인정받고 있다.
박종화는 어머니에게, 정원영·남윤호는 아버지에게 “끼를 물려 받았다”며 “가족은 멘토이자 어디 있든 무엇을 하든 든든한 백”이라고 말했다.
| ‘정 트리오’로 불리는 한국 클래식계 대표 남매 정명화(첼로)·정경화(바이올린)·정명훈(지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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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연인…억겁 인연 ‘우린 파트너’ ‘아’ 하면 ‘어’ 하고 받아줄 공연계 찰떡궁합, 진짜 ‘부부’도 있다. 배우 안재욱과 최현주 부부는 지난해 11월 뮤지컬 ‘황태자 루돌프’에서 남녀 주인공으로 인연을 맺은 후 7개월의 연애 끝에 결혼했다. 안재욱은 결혼 후 첫 뮤지컬 ‘아리랑’에서 열연 중이다. 그는 “신혼여행을 포기하고 출연을 추천해준 아내에게 감사하다”며 현재 임신 중인 아내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 바 있다.
| 지난해 7월28일 결혼식을 치른 김태형 연출과 배우 이영미 부부의 모습(사진=SNS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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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1년 차 부부가 된 카이스트 출신 연출 김태형과 배우 이영미의 만남은 지난해 공연계 핫이슈였다. 2012년 뮤지컬 ‘브루클린’에서 연출과 배우로 만난 두 사람은 서로 호감을 느끼다 사귄 지 한 달이 채 안 돼 결혼약속을 했단다. ‘모범생들’ ‘카포네 트릴로지’ ‘로기수’ 등 요즘 대학로에서 가장 바쁜 김 연출은 “아내가 출산 후 139일 만에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의 마리아 역으로 무대에 섰다. 6개월만의 복귀작이다. 첫 공연을 봤는데 울컥하더라. 대견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더라”며 “연출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작업인데 같이 공감해주고 고민을 나누는 것만으로 정신적 힐링 창구”라고 귀띔했다.
7년 만에 한 무대에 선 배우 부부도 있다. 최근 폐막한 연극 ‘나와 할아버지’ 10주년 특별무대에서다. 배우 진선규는 “오랜만에 한 무대에 나서니 많이 떨리더라. 대사를 놓쳤다”고 말한 반면 아내 박보경은 “초년시절 학교선배이기도 해 긴장을 많이 했는데 지금은 아기도 낳고 아줌마 여유가 생겼다 보다. 그냥 상대 배우”라며 웃었다.
| 지난달 화촉을 올린 최지원·이영도 부부(사진=이데일리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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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간다의 단원인 배우 정선아는 액션배우 서정주를 남편으로 만났다. 서정주는 영화 ‘루시’를 통해 할리우드에 진출한 능력자다. 또 ‘유도소년’ ‘로기수’ ‘그날들’ 등 공연계 ‘액션디자이너’ 분야를 개척한 인물. 정 배우는 “자칭 대학로 마당발이라 다양한 작품의 무술지도를 남편이 하게 됐다. 각자 꿈을 이뤄가는 데 서로 발판이 돼준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인 황혜민·엄재용 부부에 이어 최근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의 첫 결합으로 화제를 모은 최지원·이영도도 지난달 결혼식을 올렸다. 소리꾼 이자람은 배우 백석광과 7년째 연애 중. 최근 연극 ‘문제적 인간 연산’을 통해 몸과 몸이 엉겨붙는 연산과 녹수의 질펀한 연기를 자연스럽게 소화해 호평을 받았다.
공연계 한 관계자는 “사실 국내 공연계의 팍팍하고 어려운 현실을 감안하면 가족관계는 아이러니하다”면서도 “아직 일반에 공개하지 않은 유명 커플도 많다. 공연계 박한 출연료나 생태계를 이해해주고 정신적으로 서로 도움을 주는 만큼 이 같은 인연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 부자지간 배우 정승호와 정원영(사진=김정욱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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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액션디자이너 서정주와 배우 정선아 부부 모습(사진=스토리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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