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박상우 국토부 주택토지실장 “글로벌 경기풀리면 반등한다"

집값 하락 정책 쓰기 어려워
임대주택 상황에 맞게 다변화해야
  • 등록 2012-06-25 오전 8:47:36

    수정 2012-06-25 오전 8:47:36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6월 25일자 18면에 게재됐습니다.
[이데일리 김동욱 기자] 현 정부 들어 17차례나 크고 작은 부동산 대책이 나왔다. 정부가 열심히 대책을 만든 셈인데 뒤집어 보면 정부가 내놓은 정책이 그만큼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 것이기도 하다. 정부가 대책을 발표할수록 시장의 불신이 컸던 이유다. 

그렇다면 정부는 지금까지의 대책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시장의 평가와 달리 정부 정책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정부의 입장 역시 들어볼 필요가 있었다. 박상우 국토해양부 주택토지실장을 찾은 것은 바로 이런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현 정부의 부동산대책을 진두지휘했던 인물이다.  
박상우 주택토지실장이 지난 21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그동안의 정부 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는 정부가 풀 수 있는 규제는 거의 완화한 만큼 대외경기가 살아나면 주택시장도 살아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권욱 기자)
  박 실장은 지난 21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지금껏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물론 시장의 평가에 대해서도 상세히 입장을 밝혔다. 정책을 추진하며 느꼈던 아쉬웠던 점도 솔직히 털어놨다.

그는 정부가 내놓은 정책 가운데 ‘집값 안정’을 최고의 성과로 꼽았고, 향후 시장 전망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규제가 풀려 시장 스스로 힘을 축적한 만큼 대외경기가 좋아지면 주택시장도 살아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음은 박 실장과의 일문일답. -작년에는 전셋값이 큰 문제였다. 올해는 전셋값·매맷값 모두 안정화 추세다. 요즘 국토부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무엇인가? ▲현 상황만 놓고 보면 아주 해피하다(웃음). 전셋값도 안정을 찾았고 매맷값도 급등락 없이 안정돼 있다. 단, 최근 주택거래가 꽉 막혀 정부의 고민이 크다. 올해 1월부터 5월 말까지 합친 주택 거래량이 작년과 비교하면 30%정도 줄었다. 부동산 중개업 하시는 분은 물론 이사 가려는데 기존 집이 팔리지 않아 불편을 겪는 분들이 많다.

-거래를 늘리려면 규제를 풀 것이 아니라 집값이 더 내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집값이 일시에 무너지면 금융기관이 돈줄을 막을 것이고 중소기업부터 도산하는 등 경제가 큰 타격을 받는다. 가령 1억5000만원을 대출받아 3억짜리 집을 샀다고 가정할 때 갑자기 집값이 반토막 나면 집을 산 분은 망한다. 집을 사려고 계획했던 분들도 되레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정부가 집값 하락 정책을 쓰기 어려운 이유다. 정부의 역할은 집값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적절하게 균형을 잡아주는 것이다.

-연착륙에 대한 기준이 있나? ▲물가 상승률이나 GDP 상승률만큼 오르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본다.   -집값에 거품이 끼였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 집값이 떨어지면 좋은 것 아닌가? ▲경제에도 균형점이 있다. 1992년 물가와 집값 수준이 100이었다고 하면 현재 소비자 물가는 210, 전국 집값은 160, 아파트는 200이다. 서울 아파트 지수는 230, 부산은 160정도 된다. 5년씩 끊어서 보면 집값이 크게 오르거나 내릴 때도 있었지만 20년 중장기적으로 보면 집값은 결국 물가 수준만큼 올랐다.

-서울 집값은 너무 많이 오른 것 아닌가?   ▲지역적 특성이 반영됐다고 봐야 한다. 선진국을 봐도 그 나라의 수도 집값은 아주 높다. 도쿄나 뉴욕을 봐도 그렇지 않나. 집값이 높다고 해서 무조건 내려야 하는 것은 아니다. 서울은 현재 경제 체력에 걸맞은 수준으로 가격 조정이 이뤄지고 있다.

◇“하반기 정부 법안 국회통과에 역점둘 것” -현 정부 들어 부동산 대책이 17번이나 나왔지만, 시장의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전반적으로 어떻게 평가하나. ▲아마 이 질문은 대책을 17번이나 내놓고도 왜 시장 상황을 반전시키지 못했느냐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웃음). 병원에서 환자를 치료할 때 처음부터 독약을 쓸 순 없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여러 변수를 고려해 대책을 내놓았다. 미분양이 줄고 전·월세 시장이 안정된 점은 성과로 꼽을 만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정부가 시장을 이길 수 없다는 점이다. 정부는 시장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역할을 하는 것이지 시장의 상황 자체를 바꿀 수는 없다.   -정책 발표 타이밍을 놓쳐 정책 효과가 반감됐다는 지적도 있다. ▲시장에서 그렇게 평가할 수 있다. 사실 강남3구 투기지역 해제는 지난 12.7 대책 때 내놓았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당시 부정적인 여론 때문에 시행하지 못했다.

-정부가 추가로 내놓을 대책이 아직 남았나? ▲DTI나 LTV 등을 제외하면 정부가 풀 수 있는 큰 규제들은 다 풀었다. 남은 기간 분양가상한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폐지 등 굵직한 정책들이 국회를 조속히 통과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생애최초구입자금이 거의 소진돼 가는데 저리로 금융공사 자금을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재건축 규제도 풀어 사업이 원활히 추진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국토부 정책이 소위 ‘있는 자'에 초점이 맞춰진 것 아니냐는 비판도 많았다. ▲오해다. 물론 배려가 필요한 서민을 위한 주거 복지정책은 있을 수 있지만 특정 계층만을 위한 정책은 있을 수 없다. 아마 부동산 투기가 성행했던 과거의 경험 때문에 국민 정서상 아직 적대시하는 감정이 남아 있는 것 같다.

가령 강남3구를 투기지역에서 풀었다고 강남만을 위한 대책이라고 비판하면 섭섭하다(웃음). 강남3구에서 거래가 되면 그 온기가 신도시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의 목표는 자연스레 거래가 늘어 전셋값이 안정화되는 것이지 부동산 붐을 일으키려는 것이 아니다.    -가장 성공했다고 자신하는 대책 하나를 꼽자면. ▲집값 안정이다. 수도권은 3% 내외의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집을 사려는 사람이나 집을 공급하는 건설사나 집값이 안정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 “임대주택 다다익선 해법 아냐”  - 정책이 나올 때마다 시장의 평가가 극명했다. 그만큼 비판도 많았는데, 정책을 추진하면서 아쉬웠던 점은 무엇이었나? ▲정부가 내놓은 정책이 정치적으로 이용될 때 많이 아쉬웠다. 가령 보금자리주택 때문에 임대주택 공급이 줄어 전세난이 발생했다는 주장은 틀린 주장이다. 임대주택은 매년 사업승인이 나면 착공까지 3~4년의 시차가 생긴다. 작년에는 이전 정부 때 승인이 난 임대주택이 입주를 시작했다. 물량으로 따져도 상당한 수준이었다.

-앞으로 주택시장은 어떻게 될 것으로 보나. ▲주택시장만 놓고 보면 최근 3~4년 동안 어느 정도 조정기를 거쳤다. 따라서 시장 회복 조건은 갖췄다고 본다. 그러나 여전히 국외 변수가 걸림돌이다. 세계 경기 불안이 안정되면 주태시장에 낀 불확실성도 낮아져 시장 상황이 지금보다 좋아질 것이다. 다시 수축기로 접어들 가능성은 작다.    -집값이 계속 내려가다 보니 집을 언제 사야 하는지 고민하는 분들이 많다. ▲집값이 거품이 많이 끼어 집값이 급락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분들도 있지만 물가상승률로 따지면 집값이 크게 오른 것은 아니다. 일본 주택시장과 비교할 때도 있는데 같은 맥락이다. 일본도 단기간에 집값이 많이 올랐던 적도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물가상승률만큼 집값이 올랐다. 즉, 집값이 현 수준에서 급락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얘기다.

또 앞으로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각종 구제금융 자금이 유입되면 통화량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인플레이션 발생으로 화폐 가치가 떨어지면 실물 자산인 주택이 주목받을 수 있다. 요즘처럼 급매물이 많고, 정부의 자금지원·세금지원이 풍부할 때 본인 여건에 맞는 주택을 구매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현 정부 들어 보금자리주택 짓는다고 임대주택 공급을 줄여 되레 서민주거안정에 큰 기여를 하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임대주택 공급 수준이 어느 정도가 돼야 하는지는 사회적인 토론이 반드시 필요하다. 임대주택을 많이 짓는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건 아니라는 얘기다. OECD 평균 임대주택 재고율은 평균 11.5%다. 그러나 선진국 가운데서도 덴마크는 19%, 스웨덴은 17%로 다소 높지만, 일본은 5.8%, 미국은 1%다. 미국은 오히려 임대주택을 매각해 발생한 재원을 활용해 다른 방법으로 서민주거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장기공공임대주택은 비용이 상당히 많이 들어가는 주거복지정책이다. 재화는 한정돼 있는 만큼 어디에 돈을 더 투입해야 할지는 사회적으로 고민해봐야 한다. 무조건 임대주택 물량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현실을 무시한 일방적인 주장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 상황에 맞는 다양한 주택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선 무엇이 먼저 선행돼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적인 토론이 필요하다.   박상우 주택토지실장은 1961년 부산 출생으로 고려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27회 행정고시를 합격해 공직에 입문했다. 박 실장은 주택정책과장, 토지기획관, 건설정책관, 국토정책국장 등 여러 직책을 두루 거쳐 지난 2010년 주택토지실장으로 선임됐다.   대담=이데일리 이진우 차장 voice@ 정리=이데일리 김동욱 기자 kdw1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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