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인구 적은데 박리다매?… 배달영업으로 고객 찾아가야"

문 닫은 스테이크 전문점 업종 바꿔볼까요
프랜차이즈 본사 안좋아 업종과 안맞게 점포 입지 음식 맛도 들쭉날쭉해
젊은층 적은 지역이므로 도입기의 신(新)사업보다 검증된 업종이 유리할 것
  • 등록 2009-06-08 오전 9:03:00

    수정 2009-06-08 오전 9:03:00

[조선일보 제공] 지난해 12월 서울 평창동에 가격파괴 스테이크 전문점을 연 강성묵(38)씨는 매출이 너무 부진해 업종 전환을 고민하고 있다. 4층 건물 지하에 있는 99㎡(30평) 규모 점포는 편안한 인테리어로 깔끔하고 쾌적했지만 손님이 없어 휑했다. 창업 첫 달에만 1000만원 정도 매출을 올렸고 그 후로는 500만원 선에 그쳤다. 적자 행진을 계속하자 강씨는 종업원을 줄였다가 최근 영업을 중단하고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에게 업종 전환 상담을 요청했다.





매출 부진을 겪고 있는 강성묵씨가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과 업종 전환을 상담하고 있다. 이 소장은 사업 초기 적극적인 판촉 지원을 해주는 프랜차이즈 본사를 선정하라고 조언했다./정경렬 기자 krchung@chosun.com
현 상황 진단

①프랜차이즈 본사의 전문성 부족

강씨의 상황을 분석한 결과, 우선 프랜차이즈 본사 선정에 문제가 있었다. 본사조차 외식업 경험이 부족해 업종의 특성에 따른 상권·입지 선정과 이에 따른 경영 노하우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업종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상권에 점포를 개설해준 것이 가장 큰 실패 요인이었다.

강씨의 업종은 가격파괴 스테이크점. 스테이크 1인분에 9800원 선이다. 그러나 강씨가 입점한 점포의 상권은 우리나라 최상류층과 중산층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가격파괴 업종은 서민을 타깃으로 해야 하므로 업종과 상권이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저가 업종은 박리다매를 노려야 하므로 유동인구가 많은 장소에 입점해야 하는데 강씨의 점포는 오르막길 도로변 건물 지하에 위치해 있었다. 건물 앞에 유동인구가 거의 없는데다 점포가 지하에 있어 가시성이나 접근성마저 떨어져 상권 입지 특성과 업종이 어울리지 않았다.

본사의 물류 공급에도 문제가 있었다. 가격파괴를 표방하더라도 육류의 품질은 균일하게 유지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맛이 들쭉날쭉했고 그럴 때마다 고객들이 떨어져 나갔다.

②검증 안 된 신사업에 도전

강씨가 선택한 스테이크 전문점은 대형 패밀리레스토랑 등에서는 비교적 좋은 반응을 얻은 업종이다. 그러나 99㎡(30평) 내외의 소형점으로는, 더구나 한적한 주택가 상권에서는 사업성이 검증되지 않은 업종이다. 우리나라는 주식이 밥이라 스테이크의 소비 회전이 느린 편인데 아직 도입기에 있는 업종을 성숙기 상권과 접목한 것이다. 스테이크의 주요 타깃은 20~30대이므로 이들을 겨냥한 도입기 업종은 유동인구가 많고 젊은 층이 많은 지역에 입점하는 것이 맞다.

③상권·입지의 한계

점포는 북악터널 입구 도로변 소규모 건물 지하에 있다. 앞쪽 언덕 위로는 미술관과 부유층 저택들이 즐비하고 뒤쪽으로는 단독주택과 연립, 빌라들이 있다. 언덕배기 도로라 유동인구가 거의 없고 동네 아래쪽에서 점포를 방문하기 위해서는 언덕을 올라와야 하므로 고객을 끌어들이기가 쉽지 않은 위치였다. 특히 강씨의 점포가 입점한 건물의 도로 앞쪽과 옆은 현재 건물 공사가 진행 중이고 호텔 담이 있어 점포를 방문하기 힘들다. 상권 반경 100m 이내에 있는 고객들조차 승용차로 이동하지 않으면 접근하기 힘든데 주차장 여건까지 좋지 않았다.




업종 전환 전략과 대책

강씨가 점포에 투자한 돈은 인테리어비·개설비를 포함해 9000만원 선. 점포는 권리금 없이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 100만원이다. 강씨는 현재 점포 입지 등을 반영한 업종으로 전환을 희망하고 있다.

①가맹점 지원하는 본사 선정

강씨같이 사업 경험이 없는 초보자는 믿을 수 있는 프랜차이즈 본사 선정이 중요하다. 음식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게 맛이므로 맛에 대한 노하우는 물론이고 경쟁력 있는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그러자면 본사의 물류 공급 능력이나 제품 개발 능력을 점검해야 하고, 본사가 해당 업종에 대한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는지 체크해야 한다. 또 기존 가맹점주나 소비자의 만족 여부를 통해 실질적인 시장의 반응을 확인해야 한다.

더구나 현재 강씨의 상권·입지가 상당히 불리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업 초기에 적극적으로 마케팅과 이벤트 등 판촉 지원을 해줄 수 있는 본사를 선정하는 것이 유리하다.

②찾아가는 업종으로 전환

강씨 점포가 있는 평창동은 보수성이 강한 성숙기 상권이고 큰 변화가 없는 지역이다. 인구 구성도 젊은 층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다. 특히 주택가 주민이 주 수요층인 이런 지역에서는 도입기 업종보다는 익숙하고 수요가 풍부하지만 약간의 차별화가 가능한, 경쟁력 있는 상품을 선정하는 것이 유리하다.

강씨의 점포는 지하에 있어 가시성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그래서 주로 차량으로 이동하는 고객들에게는 어필하기 어렵다. 때문에 배달과 매장 영업을 결합해 고객을 찾아가는 업종으로 전환하는 것이 좋겠다.

배달을 겸한 치킨호프나 족발 등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이들 업종은 배달을 통해 매출을 올릴 수 있으며, 배달로 이름이 알려지면 매장 홍보를 병행하는 효과로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다. 또 주류 매출을 올릴 수 있어 고객 수가 적어도 테이블 단가를 높일 수 있다. 실제로 인근에 배달에서 시작해 맛이 소문나면서 매장으로 사업을 확장한 사례가 있다. 치킨의 경우 경쟁이 치열한 업종이므로 상품력이 뛰어나고 차별화된 제품력을 가진 업체거나 브랜드 명성이 있는 업체가 유리하다.

③뛰어난 상품력과 마케팅 전략

강씨의 점포처럼 상권·입지가 열악할 때는 남들과 다른 상품력과 마케팅 전략이 필수적이다.

점포 뒤편과 아랫동네의 중산층 고객과 인근 소규모 건물의 직장인, 등산로 이용 고객을 주 타깃으로 삼는 것이 좋겠다. 인근 주민들이 타 지역에 비해 소비 성향이 까다롭고 고급스러운 취향을 가지고 있으므로 가격파괴보다는 좋은 품질과 합리적인 가격으로 명품 마케팅을 펼치는 것이 좋다. 국산재료를 사용하고 상품을 기존 경쟁점과 차별화할 수 있으면 더욱 유리하다.

고객을 찾아가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인쇄물 디자인인데 초기 마케팅비로 100만~200만원 정도는 책정해야 한다. 판촉 전단을 고급스러운 느낌으로 만들고, 전단에는 쾌적한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해보자. 유니폼도 산뜻하고 깔끔해야 한다. 본사의 지원을 받아 시식카 등을 활용해서 동네 이벤트를 적극적으로 전개해야 한다.

매장이 쾌적하다는 이점을 최대한 활용해 인근 아파트 단지 부녀회나 조기축구회, 일반 기업 등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쳐 단체나 모임의 회식 수요를 발굴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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