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社의 우회상장`은 실패한 모델

우회상장했던 엔터기업 잇달아 새주인에 팔려
무모한 사업확장·자금조달 실패·투명성 부족 극복못해
  • 등록 2008-05-20 오전 8:24:28

    수정 2008-05-23 오전 7:43:22

[이데일리 안재만기자] 지난 2005년과 2006년 봇물 터지듯 이어졌던 엔터테인먼트업체들의 코스닥시장 우회상장 모델이 회사에 이익을 남겨주지 못한 채 사실상 실패로 돌아갔다.

당시 증권가에선 엔터업체들이 상장을 계기로 투명성을 확보하고, 자금을 용이하게 조달해 전체 엔터산업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결과는 기대와 달랐다. 대부분의 기업이 적자에 허덕였고, 상장폐지를 피하기 위해 애써야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장외에서 흑자를 기록하던 기업들도 장내에 들어오자 적자를 면치 못했다.

◇잇따라 팔려가는 `우회상장` 엔터업체들

지난해 인기드라마 `뉴하트`를 제작한 JS픽쳐스(067130). 이 회사는 현재 `식객`, `사랑해` 등 인기 만화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를 제작 중이다. 업계에선 이 드라마들이 적잖은 인기를 끌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렇듯 인기 드라마를 제작하고 있지만 JS픽쳐스의 회사 사정은 좋지 못하다. 2006년초 우회상장 이후 쌓인 누적손실을 감당하지 못했고, 최근 위즈솔루션에 회사를 매각했다. 위즈솔루션은 JS픽쳐스를 통해 우회상장할 예정이다.

이 같은 사정은 지난해 영업익 기준 흑자를 기록한 드라마제작사 에이트픽스(현 네오쏠라(036610))도 마찬가지.

에이트픽스는 지난 3월 회사를 매각했고, 사명을 네오쏠라로 바꾼 뒤 자원개발 업체로 변신하고 있다. 에이트픽스는 지난 2005년말 우회상장한 엔터업체다.

또 지난해말 송재빈씨가 인수하면서 미국 엔터테인먼트시장 진출을 계획했던 싸이더스(052640)가 내비게이션업체 `더맵`과의 합병을 앞두고 있다.

우회상장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엔터원(현 팍스메듀(035500)) 역시 방과후교육업체 `교육과세상`을 인수, 엔터업계에서 발을 점차적으로 뺄 계획이다. 엔터원은 앞서 한국우사회와의 합병도 검토한 바 있다.

가수 `신화`의 소속사였던 굿이엠지(051530) 역시 매각 대상자를 찾는 상황이고, 세고엔터테인먼트(053320)는 동종 업계 예당엔터테인먼트(049000)에 매각됐지만 자회사 예당에너지를 통해 에너지사업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의욕적으로 증시에 입성했던 장동건의 소속사 스타엠(036260)도 지난 3월 회사를 월메이드인베스트먼트의 변종은 대표에게 매각됐고, 권상우의 전 소속사 여리인터내셔널(현 베스트플로우(060410))도 다른 사업체로의 변신을 모색 중이다.

지난해 말에는 마틴미디어(현 뱅크원에너지(035830)), 개그맨 서세원씨의 회사였던 닛시(현 에스앤이코프(042870)) 등이 원자재 및 에너지업체로 변신했다.

◇자금 조달 어려움, 투명성 부족 등이 실패 원인

지난 2005년 이가엔터테인먼트와 우성엔터테인먼트가 골프공 제조업체 팬텀(현 팬텀엔터그룹(025460))을 통해 우회상장할 때만 해도 증권가의 반응은 `긍정 일색`이었다.

당시 한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는 기자 간담회를 열어 "엔터테인먼트업체들이 상장을 계기로 안정적으로 자금을 조달, 흑자기업으로 변모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당시 한류 열풍까지 맞물리며 엔터주들은 고공행진을 계속했다.

하지만 이 같은 예측은 실현되지 않았다.

우회상장 이후로도 흑자를 기록하는 엔터테인먼트업체는 삼화네트웍스(046390) 등을 제외하고 극히 드물다. 장외에서 꾸준히 돈을 벌었던 업체들도 대부분 적자로 돌아서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엔터업체들이 우회상장을 하기 위해 무리하게 외형을 늘리면서 부실이 커졌다"며 "시장 크기에 비해 업체가 너무 많고, 자금 조달도 용이하지 않아 대부분 실패하고 만 것"이라고 지적했다.

투명성 부족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소속 연예인들과 투명하지 못한 거래, 분명하지 못한 자금 출처 등 투명성 문제를 해결해야한다"며 "이를 해결하지 않으면 흑자 달성은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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