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경칩”…오늘 27년만에 가장 추운 경칩될 듯

어제 강추위·강풍으로 환자·사고 잇따라
겨울상품 매출 다시 늘어… 놀이공원 썰렁
  • 등록 2007-03-06 오전 8:39:01

    수정 2007-03-06 오전 8:39:51

[조선일보 제공] 봄볕에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驚蟄)을 하루 앞둔 5일, 전국적으로 강풍을 동반한 꽃샘추위가 닥치면서 거리가 꽁꽁 얼어붙었다. 특히 경칩인 6일엔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7도로 예상되면서 1980년 이래 가장 추운 경칩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주말까지 꽃샘추위가 이어질 예정”이라며 “그중 경칩인 6일이 가장 추울 것”이라고 말했다. 기상청은 또 늦게까지 눈이 내린 전라도 서해안 등지에선 이 날 내린 눈이 빙판으로 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출근길 안전에 각별히 유의하라고 당부했다. 1980년부터 지난해까지 26년간의 경칩 당일 기온은 절반 정도는 영상, 나머지 절반은 영하였다.

대부분 지역에선 5일 오후 늦게 눈이 그쳤지만 전라도 서해안과 제주 산간지방엔 5일 밤부터 6일까지 각각 3~8㎝, 5~15㎝의 눈이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기상청 관계자는 “당분간 겨울 옷을 정리해 옷장에 넣는 일은 미뤄두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 5일 전국적으로 눈과 함께 강한 바람이 몰아치는 꽃샘 추위가 찾아온 가운데 서울 압구정동을 지나는 시민들이 몸을 한껏 움츠리고 있다. 이날 강한 바람 탓에 서울지역 체감 온도는 영하 6.1도까지 떨어졌다.

갑작스런 기상 변화로 시민들은 혼란을 겪었다. 이날 갑자기 닥친 꽃샘추위로 뇌졸중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는 노인들이 크게 늘었다. 서울 삼성동 광동한방병원에는 평소보다 세 배 남짓 많은 환자들이 뇌졸중 증세로 병원을 찾았으며, 뇌졸중에 대한 문의 전화도 평소 10여건에서 이날 60여건으로 여섯 배 가량 폭증했다. 병원측은 “날씨가 추워지면서 환자가 갑자기 늘어 우리도 바빠졌다”며 “오전에 나들이를 나갔다가 강풍에 밀려 넘어진 할머니 한 분이 병원에 입원했다”고 말했다.

일찌감치 겨울 옷을 정리한 주부들도 난감해졌다. 서울 목동에 사는 주부 서동희(45)씨는 “아이들 겨울 외투를 세탁소에 맡겨놨는데, 갑자기 날씨가 추워져서 얇은 옷을 겹겹이 껴입혀 학교에 보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일부 할인매장에선 겨울 상품 철수 시기를 늦추기도 했다. 롯데마트 양주점 관계자는 “갑자기 날씨가 추워지면서 할인행사 코너 구석에 전시됐던 스웨터 같은 겨울 상품을 앞쪽으로 빼고 행사 기간도 연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다른 할인매장인 세이브존 본사 관계자는 “매장에 남아있던 겨울 상품 전시를 새롭게 해서 손님들 눈에 띌 수 있도록 배치했다”며 “눈에 띌 정도는 아니지만 따뜻했던 지난주보다 매출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 경칩(驚蟄)을 하루 앞둔 5일 부산 기장군 정관면 들녘에서‘두꺼비 부부’가 짝짓기를 하고 있다.

봄을 맞아 입장객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던 야외 놀이공원은 된서리를 맞았다. 서울대공원 강현욱 홍보팀장은 “오늘 하루 입장객이 1400명 수준이었다”며 “작년 비슷한 시기와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이라고 말했다. 용인에버랜드 관계자는 “개학 직후여서 비수기이긴 하지만 입장객 수가 예상 입장객의 70%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강풍으로 인한 피해도 속출했다. 5일 오전 4시30분쯤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선 바람에 휘어진 가로수 가지가 전선을 건드리는 바람에 가산동과 시흥동 일대 150여 가구가 1시간여 동안 정전됐다. 경상도와 전라도 농가에서는 비닐하우스가 강풍으로 파손되는 사고가 잇따랐다. 부산에서는 4일 밤 11시쯤 파나마 선적 5500t급 ‘티앙헤’호가 강풍으로 좌초하는 바람에 5일 오전까지 중국인 선원 20여명이 구조되는 등 전국 해안에서 선박 좌초사고가 잇따랐다.

김포공항에선 오전 6시40분 출발 예정이었던 제주행 대한항공 1201편을 비롯, 이날 김포를 출발하려던 8편의 항공기와 김포로 도착 예정이었던 13편의 항공기 등 21편이 결항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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