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및 내수경기가 이미 둔화되는 시기에 가세한 정부의 과도한 규제가 부동산 가격 급락과 금융위축의 악순환을 불러 일으켜 오히려 디플레이션을 재촉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부동산금융 전방위 규제
단계적인 세제,세정상의 규제조치에도 불구, 부동산 가격 급등세와 가계대출 증가세가 멈추지 않자 정부는 은행들을 상대로 한 직접적인 금융규제에 나서고 있다.
금융감독 당국은 주택대출 담보인정 비율을 60%아래로 낮추도록 한 데 이어, 가계대출의 위험가중치를 60∼70%로 상향했다. 은행의 주택자금 공급량을 제한한 데 이어 금리인상을 통해 가계의 수요까지 억제하겠다는 정책이다.
이에따라 조흥은행이 고정금리 주택대출 금리를 1%p 인상키로 했으며, 기업은행도 부채비율이 높은 차주에게 1%p 이상 금리를 높여 받기로 했다. 국민은행 역시 부채비율이 높거나 소득증명을 못하는 차주에게는 이자율을 0.25%p 더 적용키로 했다. 은행들은 또 그동안 면제해 왔던 담보설정비를 부활, 연 0.2∼0.3%p의 금리인상 효과가 낼 예정이다.
특히 가계대출에 대한 모니터링에 나선 금감위는 억제실적이 부진한 은행에 대해 문책조치까지 취할 태세여서 은행 대출창구의 체감기온은 더욱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콜금리 인상 능가하는 충격파
이같은 조치들이 은행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가계대출 금리는 종전보다 대략 1%p 가량 올라가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금융계는 보고 있다. 산술적으로는 지난 5월과 같은 0.25%p 콜금리 인상의 네배에 해당하는 충격파다.
여기에 담보인정 비율 축소 및 은행별 대출총액 규제까지 병행돼 부동산 금융 수요자들은 비싼 값에라도 돈을 구하기 어려워지는 이중의 고충을 겪게 됐다.
벌써 대출금 만기연장에 차질이 생기고, 신규대출이 거부되는 것은 물론이며, 이미 받았던 중도금 대출까지 상환요구를 받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 최공필 선임연구위원은 "최근의 조치들은 콜금리 인상보다 효과가 직접적"이라면서 "부실가능성이 높은 계층에 충격이 집중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시장은 식고 있는데, 규제는 더욱 강화
정부의 규제조치는 시기적으로도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10월 들어 부동산 매매가격이 내림세로 돌아선 가운데, 주택가격에 선행하는 전세값은 하락폭이 더욱 크다. 전세 수요자를 구하지 못하는 이른바 역(逆)전세대란이 집값 하락을 부추길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자료: 부동산114)
가계대출 역시 이미 이달들어 급격히 둔화되는 추세이며, 전체 은행권 대출은 20개월만에 처음으로 감소세로 급반전했다. 주택시장 수요 감소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의미다.
(자료: 한국은행)
소비는 둔화추세가 뚜렷한 가운데, 심리마저 날로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자료: 통계청)
◇"디플레 위험 오히려 조장..정책 신중해야"
전문가들은 과도한 금융규제가 부동산 급매물을 낳고 이로 인한 부동산가격 및 담보가치 하락은 금융경색과 부동산가격 하락 악순환을 촉발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미 둔화되고 있는 소비는 더욱 위축될 것이며, 가계부실은 더욱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이란 우려다. 금융감독 당국의 최근 조치는 이제 `미시적` 대응 수준을 넘어섰다는 것이다.
최공필 박사는 "금융부문의 자금흐름은 담보가치에 연결돼 있으며, 통상적인 자산가격의 반전조차도 경기 흐름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면서 "자산가격의 조정은 대출 흐름과 채무상환 능력의 변화를 동시에 초래, 눈앞에 다가온 디플레 압력을 가중시키게 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세밀한 조정이 필요한 시점에서 너무 급격한 대응을 할 경우 자칫 뇌관을 건드릴 수 있다"고 말하고 "정책대응을 할 때는 단순히 방향뿐 아니라 강도의 결정에 있어서도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J.P 모건 임지원 이코노미스트는 "미국경제의 불확실성도 있지만, 국내 정책리스크가 가장 큰 문제"라면서 "예측할 수 없는 정책이 한꺼번에 너무 강하게 나와 오히려 불안정성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하고 "당국이 구체적 시나리오 없이 단기적인 속도조절을 하려 든다면 과잉반응을 낳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