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은 돈이 걸린 만큼 `소리 없는 전쟁`이나 마찬가지다. 사업의 속도가 중요한 까닭에 기본적으로 `속도전`이지만, 사업 단계별로 `국지전`도 벌어진다. 특히 시공사 선정은 정비사업 전체의 가치를 대외적으로 내보일 수 있고, 시공사의 역량에 따라 사업의 성패가 갈릴 수도 있어 더욱 치열하다. 시공사 선정부터 건설사 간에 치열한 수싸움은 예사다.
| 2019년 광주 북구 풍향동 재개발 정비사업조합이 시공사 선정을 위한 조합원 총회를 하는 모습.(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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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사 선정에는 절차가 있다. 도시정비법 제29조에 따르면 조합설립인가 시점 후 조합 총회에서 시공사를 선정하는데, 일반 경쟁을 거쳐 선정하는 게 우선이다. 자칫 비리가 생기는 걸 막기 위해 제한경쟁·지명경쟁·수의계약 등에 앞서 건설사에게 같은 기회를 부여하는 취지다. 이 때문에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입찰자가 한 곳밖에 없으면 유찰로 본다. 다만, 예외적으로 사업이 일정 규모 이하 이거나 일반 경쟁 입찰에서 입찰자가 없거나 단독 응찰로 2회 이상 유찰이 된 경우에는 수의 계약도 가능하다.
최근 들어 수의 계약으로 시공사를 선정하는 조합이 속출하고 있다. 분양 시장의 활기가 떨어진 데다,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건설사가 늘어나면서 수주전 열기가 사그라 들었다. 올해만도 정비사업장의 90% 가량이 수의 계약을 통해 시공사를 선정했다. 강남권도 예외가 아니다. 복수 업체가 입찰에 참여해도 실제는 들러리 입찰인 경우도 있다.
조합원 입장에서는 건설사 간 경쟁이 나쁜 게 아니다. 건설사 간 경쟁에 따라서는 조합이 좋은 조건을 취할 수 있고, 사업 완성 후 정비사업의 수익성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아파트 브랜드가 중요한 상황에서 시공사 간 적당한 경쟁은 아파트 가치의 큰 상승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시공사에 따라 이주비 대출 등의 범위도 달라져 조합원 개인의 자금 조달 계획에도 큰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시공사 간 수주가 과열되는 것만큼이나, 아무 경쟁 없이 시공사를 `무혈 입성`하도록 하는 것 또한 조합원에게는 불리할 수밖에 없다.
| 법무법인 신목 김예림 대표변호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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