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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계탕 먹는 날’로 수십년째 이어져 내려왔던 초복과 중복의 모습이 바뀌고 있다. 직접 나가 매장에서 삼계탕을 먹는 대신 치킨을 배달로 시켜먹는 이들이 더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초복과 중복 배달앱에는 수십만건의 치킨 주문이 밀려들었다.
모바일과 배달산업이 결합하면서 생활 생태계가 바뀌고 있다. 목좋은 곳에 매장을 개설하고 손님을 기다리는 방식은 예전 방식이 되어가고 있다. 배달은 생활 습관은 물론 수백년을 이어온 가게운영 방식까지 바꾸고 있다.
홀과 권리금이 사라진 2층 식당의 등장
이는 상가 권리금 시장에서 잘 드러난다. 권리금은 임차인 간 거래되는 영업권이다. 매출이 높은 매장일수록 높은 시세로 거래된다. 장사가 잘 되는 매장을 인수하면서 내는 대가로 보면 이해하기 쉽다.
상권정보 제공업체 상가정보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2018년) 서울 시내 상가권리금은 제곱미터당 99만원으로 나타났다. 2017년 110만원7000원 대비 10.6%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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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에 가면 뚜렷하게 나타난다. 철공소 밀집거리인 문래동 거리 사이사이에 식당들이 생겨나고 있다. 십여년 전부터 사진찍기 좋은 곳으로 소문난 곳인데다, 임대료가 싼 덕분이다. 사람들이 인스타그램 등 SNS를 보고 알아서 찾아오고, 매출 상당분이 배달을 통해 발생하는 부분도 크다. 업계 관계자는 “매장 개설에 있어 입지의 중요성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냉동피자·라면도 안먹어요
배달이 쉽다보니 자취하는 이들의 식문화도 바뀌고 있다. 라면 등 간단한 조리음식도 소비가 줄고 있다. 지난해 반짝 전성기를 맞았던 냉동피자도 올해 들어서는 수그러들었다. 시장조사 업체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올해 1~4월 냉동피자 시장 규모는 약 24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46.2% 감소했다.
라면 시장도 비슷한 추세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2016년 2조4000억원이던 라면시장은 지난해 1조8000억원으로 떨어졌다. 가정간편식(HMR) 소비가 늘어난 가운데 배달 음식 소비가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 배달의민족 월간 주문 수 증가 추이는 가파르다. 올해 상반기 기준 월간 배달 주문 건 수는 3000만건에 육박했다. 지난 한 해(2018년) 배달의민족을 통해 결제된 주문 액수는 전년 대비 63% 증가한 5조2000억원에 달했다.
통큰치킨의 부활, 되살아난 서점
국내 대형마트들은 비상에 걸렸다. 방문 손님의 수가 부쩍 줄었기 때문이다. 저가 미끼 상품을 내세우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롯데마트는 지난 3월 통큰치킨을 부활시켰다. 마리당 최저 5000원 가격이다. 이마트는 신세계푸드와 함께 국민식빵을 전면에 내세웠다. 시중 빵가게 식빵 대비 반값이다. 이들은 싸고 질좋은 먹거리 상품을 내세워 모객에 힘쓴다는 전략이다. 2000년대 월마트와 까르푸 등 글로벌 대형마트 기업을 상대로 효과적으로 쓴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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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수는 대형마트가 모객을 위한 공간 활용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한 예가 서점이다. 최근 서점 안에 카페와 키즈존이 들어오면서, 서점은 새로운 만남의 공간이 되고 있다. 지난해 4월 용산역 아이파크몰에 들어온 영풍문고가 대표적인 사례다. 사양길이었던 서점이 다시 재조명받고 있는 것이다.
롯데마트는 1층을 맛집거리로 꾸미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가상현실(VR) 테마파크를 운영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 이마트는 보다 독특한 콘셉트의 매장인 ‘삐에로쇼핑’을 만들었다. 재미있게 쇼핑하자는 취지다.
홈플러스는 온라인 배달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하겠다고 선언했다. 홈플러스의 쿠팡화다. 홈플러스는 지난 26일 창고형 온라인몰 ‘더클럽’을 개시했다. 임일순 홈플러스 사장은 지난달 임직원에게 보낸 서신에서 “전통 유통사업자라면 생존을 위협받는 현실”이라고 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