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서울 우면동 삼성전자(005930) R&D센터에서 만난 갤럭시S9 디자이너들은 이같이 말했다. ‘갤럭시S9이 전작과 다르지 않다는 평이 많다’는, 어찌보면 다소 무례해보일 수 있는 질문에 대한 의외의 답이었다.
사실 갤럭시S9의 디자인은 지난 2월 말 언팩 이후 외신과 국내외 여론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갤럭시S9이 디자인 대신 카메라에 큰 변화를 줬다’고 평가했고, IT전문지 더 버지도 ‘외관에서 놀라운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전했다.
최근 스마트폰 디자인은 갤럭시를 비롯한 거의 대부분의 기업 제품이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다. 동영상이나 게임을 자주 즐기는 이용자들을 위해 베젤을 최소화해 화면을 키우고, 전문가용 카메라에 견줄 만큼의 카메라 기능이 중요해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런 가운데서도 갤럭시S9은 ‘사용자들과의 소통’을 디자인에 적극 반영하기 위해 애썼다. 예를 들면 좌우에 위치한 각종 버튼은 이전보다 돌출량을 낮췄고, 전작 대비 0.1~0.15mm 가량 높이는 등 미세하게 조정했다. 글래스 강도를 높이기 위해 더 두껍게 하고 상단 베젤에 홍채인식 센서 등을 보이지 않게 글래스를 더 검게 만든 것 등도 모두 디자인에 포함된다.
디자이너들에게 있어 갤럭시S9은 디자인에 변화가 많았던 갤럭시S8보다 오히려 더 어려운 점이 많았다. 제품 전체 외관 디자인에 관여한 백재호 무선사업부 제품디자인 담당은 “갤럭시S9은 구체적으로 몇 가지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변화가 많았다. 외관 디자인에 변화가 많았던 갤럭시S8이나 갤럭시S9이나 디자이너로서의 열정은 같았다. 오히려 기존 것을 더 잘 살려야 한다는 책임감이 부담이 됐다”고 털어놨다.
갤럭시노트7 때 처음 선보인 ‘코랄 블루’ 역시 이전과 달리 주변과 어우러지는 은은한 푸른색이 특징이다.
갤럭시S9의 색상 디자인을 전담한 방혜진 무선사업부 CMF 디자인 담당은 “처음 제품을 선택할 때 컬러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맞는 것 같다. 갤럭시S8 이후로 투명 케이스를 찾는 소비자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소리’는 갤럭시S9의 아이덴티티를 더 확실히 표현해준다. 갤럭시S9에 담긴 대표 벨소리 ‘오버 더 호라이즌(Over the horizon)’ 2018 버전은 기술 중심의 돈과 성공 만을 이야기하는 데 지친 현대인들을 위한 쉬어가는 콘텐츠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
갤럭시S9에서만 만날 수 있는 기본 벨소리 10곡도 요즘 소비자들의 선호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다. 갤럭시 시리즈의 기본 벨소리는 평균적으로 30곡 정도가 제공되는데, 갤럭시S9의 기본 벨소리 10곡은 가수 수란과의 협업으로 탄생했다.
이윤재 무선사업부 사운드디자인 담당은 “벨소리는 일정 기간을 두고 반복돼야 하므로 지루하지 않으면서도 전화를 받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며 “요즘 트렌드에 맞는 일렉트로 팝을 기반으로 각종 리서치를 반영한 음원을 삽입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언급했다.
한편 스마트폰 디자이너로서 가장 힘든 점이 무엇인지 물어봤다. 방혜진 담당은 “단순히 제품 디자인이 아니라 큰 제조회사로서의 책임을 수반하고 있다는 점”이라면서 “내구성이나 여러가지 기술적 측면들이 얼마나 보장되는지 등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 어렵지만 그만큼 보람도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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