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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초 일본의 한 30대 직장 여성이 자녀를 보육소에 입소시키려다 떨어진 뒤 쓴 블로그 글의 제목이다. 이 여성은 “내가 국가를 위해 애도 낳고 사회에 나가 돈 벌어서 세금도 내주겠다는데 일본은 뭐가 불만이야?”라며 “올림픽에 몇 백억엔 쓸 게 아니라 보육원이나 늘려라”라고 비난을 쏟아냈다.
이 말은 지난해 한 해 동안 일본에서 가장 화제가 된 말을 뽑는 유행어 대상(U-CAN 주최)에 선정될 만큼 많이 세간에 회자됐다. 그만큼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있는 뜻이다.
공짜 수준 ‘인가보육소’…부모부담률 20% 그쳐
일본의 보육소는 우리로 따지면 어린이집과 같은 개념으로 0~5세까지 보내는 기관이다. 사실 일본의 인가보육소 시스템은 매우 잘 갖춰져 있다. 인가보육소란 보육소 면적 및 보육교사 숫자 등 여러 항목이 국가가 정한 최저기준을 충족해 지자체의 인가를 받은 곳이다. 보육료 중 부모의 부담률은 20% 수준이다. 나머지는 지자체가 부담한다. 총 보육료는 부모의 소득수준에 따라 다른데 생활보호대상자인 저소득층은 아예 보육료를 내지 않는다.
‘보육원을 생각하는 부모모임’의 조사에 따르면 도쿄에서 평균 연봉을 받는 부모의 경우 3살 미만 자녀의 보육료는 한달에 약 3만엔, 4살 이상은 1만엔대 후반~2만엔 정도다. 한달에 20만~30만원이면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다는 얘기다. 이마저도 아동수당으로 상당 부분을 메운다. 일본에서는 자녀가 15세가 될 때까지 매월 월 1만엔~1만5000엔의 아동수당을 지급하는데 아동수당으로 보육료를 충당하면 사실상 무료나 다름없는 비용으로 인가보육소를 이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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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가 모두 풀타임으로 근무하는 맞벌이 가정에 부부별로 각각 20점의 점수를 주고 보육을 부탁할 수 있는 아이 조부모가 근처에 살면 1점씩 깎는 식으로 점수를 매겨 높은 점수를 받은 가정부터 차례대로 인가보육소 입소 자격을 준다.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인가보육소는 아이를 꼭 보육소에 맡겨야만 하는 맞벌이 가정만 보낼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전업주부들은 보육소에 아이를 맡길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사실상 맞벌이 부부만 신청이 가능한데도 인가보육소에 입소를 신청했다가 떨어진, 이른바 ‘대기아동’은 지난 4월 기준 전국적으로 2만 6081명에 달한. 인가보육소에 못들어가 부득이하게 지자체의 인가를 받지 못한 인가외 보육소에 들어간 숨겨진 대기아동 숫자까지 합하면 6만 9224명(아사히신문 추산)이나 된다. 7만명에 가까운 아이들이 인가보육소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수도인 도쿄만 해도 보육소 입소 신청을 한 아동 10명 중 3명은 대기아동 신세다. 무한정 순서가 올 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으니 상당수 가정이 결국 엄마가 복직을 포기하고 전업주부가 되거나 시설은 상대적으로 열악하면서 비싸기까지 한 인가외 보육소에 아이를 맡길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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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보육? 보육소 증설이 우선”
후코인 아키 보육원을 생각하는 부모모임 대표는 “부모들에게 보육료 부담을 어느 정도 지우더라도 더 많은 부모들이 아이를 맡길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편이 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무상보육에 재정을 쏟아부을 게 아니라 모자라는 보육소를 더 짓고 보육교사를 늘리는데 돈을 쓰는 게 맞다는 것이다.
후코인 대표는 “대기아동 뿐만 아니라 전업주부라도 육아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는 사람이라면 보육소에 아이를 맡길 수 있도록 보육소 증설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무상 보육에 돈을 쓸 것인가, 아니면 시설 확충 등 다른 곳에 돈을 쓸 것인가. 한국에서도 지난 2012년 대선을 앞두고 같은 논의가 있었지만 결국 우리 역시 무상보육을 선택했었다. 하지만 수 년이 지난 지금은 곳곳에서 부작용이 나타나자 새 정부는 국공립 어린이집을 전체의 40%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를 새로 세웠다. 일본의 무상보육 논란을 반면교사 삼아 우리나라 보육 시스템을 재점검해봐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