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대책 한달]전문가 "집값 잡는데 급급..애먼 실수요자 날벼락"

강남 재건축, 투기차단 긍정적
수급대책 뒷받침 못해 아쉬워
다주택자 기준 모호해 정책 한계
  • 등록 2017-08-31 오전 5:30:03

    수정 2017-08-31 오전 8:43:47

[이데일리 이진철 기자] 8·2 부동산 대책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린다.

대책 이후 집값 과열의 진원지였던 서울 강남권 재건축시장이 진정되고 갭투자(전세 끼고 집을 사들인 뒤 이를 되팔아 차익을 얻는 것) 등 투기 세력을 어느 정도 차단했다는 점에서는 대체로 긍정적인 의견이 나온다. 반면 대출을 끼고 집을 사려는 실수요자에 대한 배려가 없어 피해가 속출하고 공급 확대 등 수급 대책이 뒷받침되지 않은 것은 미흡한 점으로 지적했다. 규제에 따른 거래 절벽이 장기화할 경우 금리 인상 등과 맞물려 부동산시장의 경착륙 가능성도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8·2 대책으로 강남권 중심의 국지적 주택시장 과열이 다른 지역으로 확산하려는 것을 진화한 것은 성공적이라고 평가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8·2 대책이 분양이나 재건축시장에 유입됐던 단기 시세 차익 목적의 투기적 가수요를 진정시켰다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위원은 “8·2 대책이 주택 대출, 세금, 재건축·재개발, 청약까지 아우르는 강력한 규제를 담고 있는 만큼 서울·수도권 주택시장은 당분간 숨고르기 양상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대출 규제 강화로 실수요자의 주택 구입 문턱이 높아진 것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다. 정부가 집값을 무조건 잡겠다는 강력한 규제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거래 심리가 얼어붙고 일부 지역의 공급 과잉과 금리 인상까지 현실화하면 자칫 주택시장 침체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 개입으로 주택시장이 왜곡되면 나중에 거시경제 상황과 맞물려 집값이 어떻게 반응할 지 불확실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정부가 다주택자를 부동산시장 과열의 주범으로 지목하면서 집을 팔도록 유도할 건인지, 민간 임대사업자로 활용할 것인지도 시그널이 명확치 않다는 지적도 있다. 8·2 대책으로 거래시장이 얼어붙어 다주택자들이 보유한 집을 팔 수 있는 퇴로가 막힌 데다 현재로선 다주택자들을 임대사업자로 끌어들이기 위한 유인책도 별로 없어 대책 효과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는 “현재 주택시장은 실수요와 투기수요의 구분이 사실상 어렵다”며 “다주택자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고 8·2 대책 내용도 단기 규제에 그쳐 향후 정책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부동산시장이 다시 불안해지면 꺼낼 수 있는 규제 카드로 전월세상한제, 임대차계약갱신청구권, 임대주택 등록 의무화, 보유세 강화 등을 꼽았다. 조명래 교수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시행되는 내년 4월 이후에도 정부 기대와 달리 주택시장 불안해지면 보유세 인상의 추가 대책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재언 미래에셋대우증권 VIP컨설팅팀 수석매니저는 “현장의 대출 규제 혼란을 잘 정리하고 실수요자들에게는 숨통을 틔어줄 필요가 있다”며 “규제에서 벗어난 지역으로 투자 수요가 옮겨가는 풍선효과가 발생하지 않도록 모니터링하고 규제 수위를 조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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