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통토크]제임스 최 호주대사<下>그를 외교관으로 이끈 물음

부국의 비결은 유연함과 개방…자유주의 가치 지킬 것
한국 위계질서 문화 어색해..조금씩 변화 조짐
  • 등록 2017-07-03 오전 6:13:00

    수정 2017-07-03 오전 6:13:00

사진=이데일리 신태현 기자


[이데일리 이민정 기자] “성북동에 오시면 제가 아침마다 동네 언덕을 오르내리며 조깅하고 있는 것을 보실 수 있을 것이다. 한국에서는 춘천과 경주에서 열리는 마라톤 대회에 꼭 한번은 참가해 보고 싶다.”

제임스 최 한국 주재 호주 대사는 열정적인 러너(runner)다. 부임지 마다 마라톤 대회에 참가해 적어도 하프코스 이상을 뛰려고 한다. 사이클링도 좋아한다. 스포츠가 출신, 인종, 종교 등에 관계 없이 모두가 화합해 땀을 흘리며 즐길 수 있다는 점에 일찌감치 매료됐다고 고백했다. 스포츠의 핵심 가치인 화합과 협력은 이민자들이 만든 국가, 다민족문화 사회인 호주의 근간과도 일맥상통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현재 미국과 영국 등을 중심으로 외국인에 대한 배타적인 정서와 보호주의 무역 분위기가 커지고 있지만 호주에는 자유무역, 개방문화가 굳건할 것이라고 낙관했다. 최 대사는 “호주는 보호주의 무역에 대해 분명히 반대한다”며 “내가 호주사회에서 외교관의 길을 걷고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 것도 호주가 실력을 갖췄다면 누구에게나 기회를 주는 개방된 사회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어떻게 외교관이 됐을까. 최 대사는 “학창시절 왜 어떤 국가들은 부국이 되고 어떤 국가들은 빈곤조차 벗어나지 못할까라는 의문이 항상 머릿속에 있었다”고 했다. 이런 국제이슈들에 대한 관심이 결국 외교관의 길로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독서와 연구들을 통해 스스로 내린 결론이 부국들은 남의 것이라도 좋은 아이디어, 기술, 뛰어난 인력 등을 받아들이는데 유연함과 적극성을 보였고 이들을 자국 경제 발전에 효과적으로 활용했다는 것”이라며 “지금의 호주를 만든 이런 가치들을 앞으로도 쭉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어렸을 때 호주로 이민을 갔지만 부모님께 한국말과 문화를 배웠다. 1990년대 주한 호주 대사관에서 근무했으며 작년 호주 대사로 다시 왔기 때문에 한국 문화와 한국 사회 적응에는 크게 어려움은 없다고 했다. 다만 한국사회의 위계질서 문화는 여전히 어색하다. 호주 사회의 평등주의 문화가 몸에 뱄기 때문이다. 최 대사는 “예를 들어 맬컴 턴불 호주 총리는 외부 행사를 갈 때 의전 차량의 뒷좌석이 아니라 운전석 옆 좌석에 앉는데 이는 턴불 총리 전임자들도 마찬가지였다”며 “기본적으로 정부 고위직이라고 해도 내가 남보다 더 낫다거나 더 많은 권리를 가졌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다 똑같은 시민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턴불 총리가 해외 국빈방문을 할 때 전세기에서 자신의 짐을 자기가 직접 다 들고 내리는 장면도 종종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 사회에서도 조금씩 변화가 감지된다고 했다. 그는 “한국 학생들, 그리고 청년들이 더 많이 해외에 나가 학업이나 여행, 직작생활 등을 통해 한국 사회와는 다른 문화에 대해 경험하고 있으며 다른 문화에 대해 좋은 점들이 있다면 배우고 흡수해 한국에 적용하려는 시도를 할 것”이라며 “그러한 노력들이 축적되다 보면 한국사회도 더 나아진 방향으로 변화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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