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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가계의 경제심리가 지난 2009년 금융위기 당시 수준까지 악화됐다. 최근 정국 혼란으로 인한 소비심리 급락이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향후 금리와 물가는 더 오르고 집값은 더 내릴 것으로 가계가 전망한 것도 주목된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경제 지표상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은 아직 시기상조라고 말하지만, 실제 체감경기는 이에 준한다는 해석도 가능해 보인다.
27일 한국은행이 내놓은 ‘12월 소비자동향조사(CSI) 결과’를 보면, 이번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4.2로 전월 대비 1.6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후폭풍이 몰아친 2009년 4월(94.2) 이후 7년8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장병훈 한은 통계조사팀 조사역은 “(금융위기 수준으로 가계의 경제 심리가 나빠진 것은) 국내 정치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데다 미국의 금리 인상 기대가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했다.
눈길을 끄는 게 소비심리가 금융위기 때 수준으로 급락했다는 점이다. 이번달 소비지출전망 CSI는 103으로 전월 대비 3포인트 떨어졌다. 2009년 4월(100)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현재와 비교해 6개월 후 지출을 늘리겠다고 답변한 가계가 적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이번달 현재경기판단 CSI도 55로 2009년 3월(34) 이후 가장 크게 하락했다.
가계가 집값 하락을 전망하고 있는 점도 쉽게 지나치기 어렵다. 자산의 대부분인 주탁가격의 하락은 소비심리 위축을 더 가속화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달 주택가격전망 CSI는 97로 2013년 2월(95) 수준까지 떨어졌다.
가뜩이나 최근 장바구니 물가 급등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앞으로 서민 생활과 밀접한 공공요금과 식료품가격 등이 더 오를 경우 가계의 소비심리는 추가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
가계는 또 금리의 경우 향후 더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달 금리수준전망 CSI는 124로 전월 대비 무려 12포인트 올랐다.
가계가 미국 등 주요국의 긴축 움직임을 예측하고, 국내 역시 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이 역시 소비에 마이너스(-) 효과가 우려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물가 상승 압력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내수 회복 지연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저성장 고물가의 스태그플레이션이 현실화하면서 서민 생활이 크게 위협을 받을 수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