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사,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연내타결 가능성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현대자동차(005380) 노사가 지난 6월 시작한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에서 잠정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임금피크제와 통상임금 확대안 등 쟁점사안을 내년에 따로 논의하자는 노조 의견을 사측이 전향적으로 수용한 영향이 컸다.

잠정합의안이 오는 28일 노조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통과되면 임단협은 연내에 타결된다.

현대차 사측과 노조는 24일 울산공장 본관 아반떼룸에서 제 32차 본교섭을 열어 윤갑한 사장과 박유기 노조위원장 등 노사 교섭대표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마라톤 협상 끝에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잠정합의안에 따르면 내년부터 주간연속 2교대제 근무시간을 8시간(1조) + 8시간(2조 근무자) 형태로 운영키로 했다. 2조 근무자의 잔업 1시간을 줄여 근무시간을 단축하는 것이다.

노사는 대신 생산성 향상을 통해 생산량과 임금을 보전키로 했다. 시간당 생산대수(UPH) 상향 조정과 휴게시간 및 휴일 축소 등으로 근로시간 감축에도 생산량을 유지키로 했다.

임금인상분은 기본급 8만5000원 인상과 성과급 300% + 200만원 지급에 잠정합의했다. 사측은 아울러 고급차 출시 격려금 50% + 100만원, 품질 격려금 50% + 100만원, 주식 20주, 재래시장 상품권 1인당 20만원 등도 지급키로 했다.

회사 측은 그러나 노조 요구사안인 △해외·국내공장 생산량 노사 합의 △해고자 복직 △징계위원회 노사 동수 구성 등 경영권 및 인사권과 관련된 문제는 분명하게 수용불가 입장을 지켰다.

이번 잠정합의안은 임금 및 근로조건 등 최소한의 사안에 대해서만 접점을 찾은 것이다. 노사가 최우선 목표인 임단협의 연내타결을 위해 선택한 고육책인 셈이다. 사측은 당초 임금인상분과 임금피크제 등을 분리 논의하자는 노조의 요구를 거부했지만 연내타결을 위해 입장을 바꿨다.

그러나 최대 쟁점인 임금피크제 실시 여부와 통상임금 문제 등은 내년으로 제쳐놓은 셈이어서 향후 노사간 첨예한 대립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박유기 위원장이 이끄는 강성 집행부는 지난 16일 민주노총의 총파업에 동참한 바 있다. 다만 내년부터 간부사원의 경우 만 59세부터 전년도 임금의 10%를 줄이는 임금피크제를 적용키로 합의한 바 있다.

현대차 노사는 이로써 지난 6월 2일 첫 상견례를 시작한 이래 6개월만에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전 노조 집행부는 사측과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임기를 마쳤다. 이 과정에서 노조 집행부 선거 등을 이유로 임단협 교섭이 3개월간 중단되기도 했다.

임단협 연내타결을 최우선 목표로 내건 새 집행부는 이달 15일부터 협상을 재개, 이날 합의안을 마련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연내타결 실패 때 예상되는 파업으로 부품 협력사와 지역경제에 큰 어려움이 닥치는 등 피해가 확산될 수 있다는 위기감과 파국만은 막자는 노사간 의지가 극적 합의를 이끈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차 노사는 통상임금 문제 해결을 위한 신 임금체계 도입에 대해선 회사의 중장기적 경쟁력을 결정하는 중요한 의제인 만큼 내년 단체교섭시까지 지속 논의해 구체적 시행방안을 마련해 적용하겠다”고 덧붙였다.

24일 오전 울산시 북구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아반떼룸에서 현대차 노사가 올해 임금과 단체협약 교섭에서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고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제공

24일 오전 울산시 북구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아반떼룸에서 현대차 노사가 올해 임금과 단체협약 교섭에서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이날 잡정합의안을 마련한 현대차 윤갑한 사장(오른쪽)과 박유기 노조위원장이 협상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