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심스레 롱런을 점쳐본다. 지난 9일 개막한 연극 <데스트랩>은 반전이 거듭되는 탄탄한 대본과 유머, 스릴 등 공연 마니아뿐 아니라 일반 대중까지 매료시킬 수 있는 장점을 두루 갖췄다. 김수로프로젝트 9탄으로 국내에 처음 소개된 이 연극은 장차 대학로에서 순항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데스트랩>은 미국의 소설가이자 극작가 아이라 레빈(Ira Levin)이 1978년 발표한 작품이다. 초연 이후 1800회 이상 공연되며 토니어워즈 4개 부문 후보에 올랐고, 1982년에는 동명의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국내에서는 그간 <아가사><머더발라드> 등을 제작해온 김수로가 김도현·김재범·박호산·윤소호 등 인기배우들을 캐스팅해 관객들에게 처음 선보이는 중이다.
이 연극의 주인공은 한 때 잘나갔으나 지금은 몇 년째 슬럼프에 시달리고 있는 추리소설가 시드니와 그에게서 작법수업을 받았던 작가 지망생 클리포드다. 어느 날 클리포드로부터 완성도 높은 희곡 ‘데스트랩’을 받은 시드니는 그를 집으로 초청하고, 클리포드를 죽여 ‘데스트랩’을 차지하고 싶은 욕망에 마음이 흔들린다. 그런 그를 지켜보는 시드니의 심약한 아내 마이라는 남편의 일거수일투족에 마음을 졸이며 어쩔 줄을 모른다.
그렇게 두 주인공은 석궁·칼·수갑·총 등 시드니가 수집한 위험한 무기가 사방에 가득한 방에서 위험천만한 심리게임을 시작한다. 시드니에게는 어떻게든 완벽한 희곡을 차지해 작가로서 재기하고픈 욕망이 있고, 클리포드에게도 남을 해쳐서까지 채우고자 하는 나름의 욕망이 있다. 여기에 어렴풋이 미래를 예측하는 심령술사 헬가와 어수룩한 모습 뒤에 기민한 눈빛을 감춘 변호사 포터가 등장하면서 스릴 넘치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관객들은 다음 순간 누가 죽임을 당할지 알 수 없고, 이어지는 반전은 번번이 예상을 뒤엎는다.
<데스트랩>의 강점은 스릴뿐만이 아니다. 웃음을 자아내는 유머가 작품 전반에 깔려 있어 객석의 분위기는 긴장과 이완을 수시로 오간다. “누르고 돌리고 당겨!” 등 소품을 활용한 자잘한 유머와 스릴러 장면을 몸으로 재연하는 부분에서 나오는 “오버하지 마, 뮤지컬 배우같아” 등의 대사들이 큰 웃음을 자아낸다.
<데스트랩>은 오는 9월 21일까지 대학로 대명문화공장 2관 라이프웨이홀에서 볼 수 있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플레이디비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