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포위츠 결국 불명예 퇴진..`부시도 못 막았다`

(상보)6월30일까지만 총재직 수행
미국이 주도했던 세계은행 파워에 변화 시사
  • 등록 2007-05-18 오전 8:39:07

    수정 2007-05-18 오전 10:54:06

[이데일리 권소현기자] `여자친구 봐주기`로 물의를 빚은 폴 울포위츠 세계은행 총재(사진)가 전방위로 다가오는 사임압력에 결국 무릎을 꿇었다.

유럽을 필두로 선진7개국 국가 대부분이 목을 죄어오면서 마지막 희망이었던 백악관까지 등을 돌리자 꿋꿋하게 버텨왔던 울포위츠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전통적으로 미국이 총재를 지명해온 세계은행 내부에서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울포위츠 총재는 17일 오후 6시에 "세계은행이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총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짧막하게 사임의사를 밝혔다. 이에 따라 울포위츠 총재는 오는 6월30일까지 총재직을 수행한 이후 물러나게 된다.

울포위츠는 여자친구인 사하 리자의 연봉인상과 승진에 관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총재로서 적절치 못한 행동을 했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유럽이 먼저 나서 사임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울포위츠 총재가 미 국방부 부장관 재직 당시 이라크전을 기획한 신보수주의자인 만큼 세계은행 총재로 지명됐을 때부터 논란이 많았다.

이어 캐나다를 비롯해 세계 각국이 하나둘씩 사임을 요구하기 시작하면서 울포위츠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졌다.

이같은 비난에도 불구하고 울포위츠는 꿋꿋하게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며 총재직을 수행할 의사를 밝혀왔다.

세계은행 이사회는 윤리강령을 위반했는지에 대한 판단을 두고 고민하다 자진 사퇴를 권유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울포위츠는 지난 15일 최종적으로 세계은행 이사회에 호소했지만 총재로 남기 위한 명분은 부족했다.

게다가 그동안 울포위츠 총재를 지지해온 백악관까지 여론을 견디지 못하고 이번주들어 입장을 바꾸자 울포위츠는 결국 임기 5년 가운데 절반만 채우고 물러나기로 했다.

이로써 울포위츠는 지난 1944년 세계은행이 설립된 이후 사임압력으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떠난 총재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모양새 나쁘지 않게 자진 사퇴키로 했지만 세계은행 역사상 전례없는 일이며 그동안 미국이 지명한 총재가 주도했던 세계은행 내에서 힘의 균형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단적인 증거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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