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확대경] 반려동물과의 여행, ‘겸상’을 허하라

  • 등록 2024-06-27 오전 6:00:00

    수정 2024-06-27 오전 6:00:00

[이데일리 김명상 기자] 최근 반려견과 제주 여행을 계획하던 A 씨는 방문할 카페를 새로 찾느라 골치를 앓고 있다. 종종 이용하던 매장이 시청 위생과로부터 시정 명령을 받아 ‘반려동물 출입 불가’로 정책을 바꿨기 때문이다. A 씨는 “현행법상 반려동물과 손님이 카페나 식당에서 같은 자리에 앉아 음식을 먹는 것은 불법인데 업주는 단속이 나온 뒤에야 그 사실을 알았다고 하더라”며 “반려동물 동반 여행객이 늘고 있지만 규제 때문에 갈만한 곳이 더 사라질까 봐 안타깝다”고 말했다.

최근 반려동물 인구가 급증하고 있다. 동시에 반려동물과 동반 입장이 가능한 카페나 식당도 눈에 띄게 늘었다. 문제는 이런 업장들이 대부분 사실상 불법 영업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식품위생법에 따르면 고객이 동물과 같은 자리에 앉아 음식물을 취식할 수 없다. 대신 업주는 반려동물을 위한 별도의 출입구와 사방이 막힌 공간을 따로 마련해야 한다. 이를 어길 때 최대 영업정지 처분을 받게 된다. 실제로 소규모 자영업자들 중에는 이러한 사실을 모른 채 영업을 하다가 행정처분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관련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편의시설 부족은 반려동물 여행객의 불만으로 이어진다. 한국관광공사의 2022년 조사에서 1년 내 반려동물과 당일 여행을 했다는 응답자는 전체의 65.7%였다. 반려동물 여행 시 불편 사항 중 ‘동반 가능한 음식점·카페 부족’을 꼽은 이들이 절반(49.5%)에 달했다. 인프라 확대가 필요하지만 법적 규제가 관련 산업의 성장을 저해하는 모양새다.

일반적으로 반려동물 동반 여행객은 장시간 비행기를 타고 가는 해외보다 이동이 편한 국내를 선호한다. 이들이 편안하게 쉬고 에너지를 보충할 음식점·카페의 증가는 곧 여행 인구 확대와 만족도 제고로 이어지지만 규제 개선이 선결 과제다.

한 반려동물 전문 여행사 관계자는 “반려동물과 함께 타는 비행기, 크루즈와 같은 서비스가 늘어나는데 음식점과 카페는 안 된다는 지금의 규제는 시대착오적”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2025년 말 시행규칙을 개정해 음식점의 반려동물 출입이 가능하도록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개정 이전까지 사업주는 규제 샌드박스 승인을 받아 합법적으로 영업할 수 있으나 과정은 쉽지 않다. 신청서 작성이 어려워서 개인 사업자의 경우 아예 신청을 포기하는 경우도 종종 나온다. 작성하더라도 규제 특례를 받기까지 기간은 신청일로부터 약 6개월 정도 걸리는게 일반적이다.

반려동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바뀐 만큼 제도의 변화도 뒤따라야 한다. KB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개를 기르는 반려견 가구는 394만 가구이며, 반려견 양육자는 901만명으로 추산된다. 특히 비반려가구의 78.7%는 ‘미래에 반려동물을 기르고 싶다’고 응답했다. 이에 발맞춰 반려동물 여행시장도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반려동물 출입이 가능한 음식점과 카페가 더 많아지면 국내 여행 인구의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이는 정부의 국내관광 활성화 정책과도 맞물리는 부분이다. 규제 샌드박스 승인을 위한 서류 간소화 등의 방안도 적극 논의할 만하다. 낡은 규제가 관광산업의 발전을 가로막는 일이 없도록 살펴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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