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 부는 '금리상한 주담대'…정부 추천에도 “못믿어”

이달 실적 34건 불과…3개월 대비 93% 급감
일부 시중은행에선 가입건수 1건조차 없어
기준금리 동결로 금리상승 기조 줄어들면서
“프리미엄까지 주는 금리상한형 주담대 왜쓰냐”
  • 등록 2023-02-26 오전 10:23:54

    수정 2023-02-26 오후 7:39:53

[이데일리 정두리 기자] 가파른 금리 상승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부가 정책적으로 밀고 있는 ‘금리상한형 주택담보대출’이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로 금리 상승보단 유지 또는 하락을 예상하는 차주들이 많아지면서 금리상한형 주담대의 메리트가 사라졌다는 평가다. 최근 취급 실적은 3개월 전보다 90% 이상 급감했다.

사진=연합뉴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2월 금리상한형 주담대 가입건수(23일 기준)는 34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1월 494건 대비 무려 93% 낮아진 수치다.

같은 기간 금액 규모로 살펴봐도 86억원에서 1137억원으로 실적이 92% 곤두박질쳤다. 금리상한형 주담대의 취급실적은 3개월 연속 하락세로, 지난해 11월(494건·1137억원)→지난해 12월(314건·730억원)→올해 1월(141건·287억원)→2월(34건·86억원) 등 감소 추세가 가파르다. 특히 이달의 경우 5대 은행 중 2개 은행은 금리상한형 주담대 가입건수가 아예 없기도 했다.

금리상한형 주담대는 연간 또는 5년간 금리 상승 폭이 일정 수준을 넘지 않도록 제한하는 정책상품이다. 대출금리를 직전 금리 대비 연간 0.75%포인트(p)까지, 5년간 2%포인트까지만 인상하도록 돼 있다. 다만 리스크 프리미엄(가입비용)으로 0.15∼0.2%포인트의 가산금리가 붙는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금융당국 주도로 지난 2021년 7월 출시된 이 상품은 출시 초기에도 반응이 저조하자 혜택을 확대한 후 지난 7월 다시 시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금리 상승 제한 폭을 종전 0.75%포인트에서 0.45%포인트로 낮추고, 가산금리를 한시적으로 면제하거나 0.2% 포인트까지 가산하는 방식으로 개선을 꾀했다. 당시 금융감독원장이 금리상승기 속 취약차주의 이자 부담을 줄일 방안으로 금리상한형 주담대를 꼽기도 했다.

지난해 하반기 시장의 전망은 연내 변동형 주담대 금리가 연 9% 시대에 도달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제기되면서 정부가 추천한 금리상한형 주담대 실적은 서서히 증가했으나, 올해 들어 당국의 대출금리 인하 압박이 이어지면서 차주들의 심리도 급변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연 3%대로 하락하고, 지난 23일 한국은행이 1년 반만에 기준금리를 3.5%로 동결함으로써 최근 정점을 찍었던 금리 인상 랠리가 사실상 종료됐다는 관측이 커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현재 혼합형 주담대 금리가 저렴해 현장에서 혼합형 취급비율이 훨씬 높고, 변동형 주담대상품도 상단을 찍고 내려오는 추세”라며 “소비자 입장에선 따로 프리미엄을 줘가면서까지 가입할 유인이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아울러 “지금같은 시기에는 금리상한형 주담대가 유명무실해진 정책상품이 됐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도 “이번 금리 동결로 금리 상승보단 유지 또는 하락을 예상하는 차주분들이 많아지고 있는 추세”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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