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 30대 미혼女 리스트에..."눈앞이 캄캄하다"

  • 등록 2021-08-26 오전 7:32:59

    수정 2021-08-27 오후 2:35:23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경기 성남시에 근무하는 30대 미혼 여성 공무원 150여 명의 명단이 만들어진 사실이 드러난 데 대해,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정미 정의당 전 대표는 “눈앞이 캄캄하다”고 비판했다.

명단 작성자는 성남시 인사 관련 부서 직원 A씨로, 이를 전달받은 당시 시장 비서관이 신고하면서 알려졌다.

31세에서 37세 사이 미혼 여성 151명의 얼굴 사진과 나이, 소속, 직급이 번호까지 매겨진 채 차례로 적혀 있는 문건은 지난 2019년 만들어졌다.

이 문건은 은수미 성남시장의 비서관이던 이 모 씨에게 전달됐다. 이 씨는 당시 미혼 남성으로, 시청 핵심부서에 일하던 자신에게 아부하려 만든 명단이라고 주장했다.

이 씨는 최근 이러한 내용을 국민권익위원회에 공익신고했다.

성남시는 이에 대해 A씨가 명단을 작성한 사실을 인정했으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성남시청 (사진=뉴스1)
이 전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A씨가 명단을 과장급 공무원에게 전달했고, 다시 이 씨에게 전해진 점을 지적하며 “여러 사람을 거쳐 위험하고 위법한 문건이 전달되는 과정에서 문제라고 생각한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는 현실에 눈앞이 캄캄하다”고 했다.

그는 “사진과 나이, 소속과 직급 등이 담겼다는 문건은 단순히 개인정보보호법 위반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미혼 여성의 사진과 나이가 공무원 사회에서 정보값이 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겠는가”라고 물었다.

이어 “실제 문건을 전달한 과장급 공무원은 이 전 비서관에게 ‘마음에 드는 사람을 골라보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며 “함께 일하는 동료를 잠재적 연애 대상으로밖에 바라보지 못하는 비뚤어진 여성관이 이렇게 공무원 사회에 만연해서야 되겠는가”라고 덧붙였다.

또 “혹은 미혼 여성들의 결혼과 출산계획을 미리 기획이라도 할 생각이었는가”라고 재차 물었다.

이 전 대표는 “누구를 위한 명단인가”라며 “현장에서 자신의 업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을 여성 공무원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치욕을 겪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가장 안전하고 모범을 보여야 할 공직 사회에서 등골 서늘한 성차별이 일어났다”며 “성남시청은 문건이 작성된 경위를 분명히 밝히고 관련자들을 엄중히 징계해야 한다. 또, 해당 문건이 인사 평가 등 다른 용도로 사용된 바는 없는지도 철저히 점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서울과 부산 시장 보궐선거 모두 동료를 동료로 대하지 못한 데에서 시작됐다”며 “이번 참에 일벌백계 원칙으로 일하는 여성 모두가 안심할 수 있는 사회, 여성 직원은 함께 일하는 동료라는 당연한 인식의 기틀을 잡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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