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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갤럭시노트 시리즈가 단종될 수도 있습니까?” 지난 17일 열린 삼성전자(005930)의 정기주주총회장에서 나온 질문입니다. 저도 궁금했으나 제대로 된 공식 답변을 듣기 힘들었던 사안이어서 귀가 쫑긋해졌던 순간입니다.
삼성전자는 올해 처음 온라인 생중계 방식으로 주총을 진행했는데요. 코로나19 상황과 소액 주주들의 편리한 주총 참여를 고려한 결정입니다. ‘국민전자’라고 할 만큼 높은 관심을 받는 대장주로서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지였던 셈입니다.
이 같은 질문이 주총장에서 나왔다는 건 그만큼 노트 시리즈의 존폐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사실을 말해줍니다. 갤럭시노트는 삼성전자의 플래그십(전략) 스마트폰의 한 축이며, 패블릿(폰+태블릿)의 원조로 꼽히는 모델입니다. 삼성폰 중에서도 가장 충성도 높은 팬층을 거느린 제품이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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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나올 줄 알았는데”… 갤럭시노트21 건너뛴다
주총장에서 질문에 대한 고동진 삼성전자 IM(IT ·모바일)부문 대표의 대답은 “하반기 노트 시리즈 출시는 어려울 수 있다” 였습니다. 올해 노트 신제품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은 것은 아니지만, 공식석상에서 대표이사가 이 정도로 이야기했다는 것은 사실상 내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S펜의 확장은 바로 노트 시리즈의 존재 이유데 대한 의문으로 이어졌습니다. 삼성이 새로운 플래그십 모델로 ‘갤럭시노트’를 선보였을 당시 노트의 정체성이 대(大) 화면과 S펜이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태블릿에서나 쓰던 S펜을 스마트폰에서 사용할 수 있고, 내장형으로 휴대까지 간편하다는 점은 갤럭시노트만의 매력이였습니다.
그러나 갤럭시노트 출시 이후 10년이 지나면서 스마트폰은 점차 대형화됐습니다.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아지면서 그야말로 휴대용 컴퓨터가 됐기 때문이지요. 업무, 메신저, 동영상, 게임, 심지어 멀티 태스킹까지. 이처럼 많은 일을 하기 위해선 스마트폰의 화면은 들고 다닐 수 있는 한도 내에서 크면 클수록 좋다는 것이 대세가 됐습니다.
여기서 갤럭시노트 시리즈의 차별화 포인트가 한가지 사라지게 됩니다. 더 이상 노트가 다른 삼성폰보다 월등히 크지 않게 된 겁니다. 남은 건 손으로 필기를 하거나 사진을 편집하는 등의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S펜이지요. 노트 시리즈의 상징과도 같았던 S펜이 다른 모델로 확장되면서 노트 시리즈의 포지션은 그야말로 애매해졌습니다.
고동진 대표도 올해 갤럭시노트 신제품을 내기 어려운 이유로 “1년에 S펜 적용한 플래그십 모델을 2개 내는 건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S와 노트의 차이가 모호해진 현 상황에서 상하반기 비슷한 플래그십폰을 내는 것이 큰 효용도 없을 뿐 더러 자칫 ‘제 살 깎아 먹기’가 될 수 있다는 고민이 엿보입니다.
올해는 시장 반응 테스트…S·노트 브랜드 단일화도 가능
결과는 참담했다는 평가입니다. 코로나19라는 대형 악재와 높은 출고가, 카메라 성능 논란 등의 복합적인 원인으로 갤럭시S20은 지난해 전작의 60~70% 판매되는 데 그쳤습니다. 삼성은 하반기에 갤럭시S20의 디자인과 핵심 사양은 유지하면서 사양과 가격을 낮춘 팬에디션(FE) 모델을 출시하고, ‘갤럭시노트20’의 가격을 낮춰 잡는 등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으나 지난해 플래그십폰의 판매량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요.
뼈아픈 경험은 삼성이 올해 플래그십폰 전략에 변화를 주는 중요한 계기가 됐습니다. 애플이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아이폰11’과 ‘아이폰SE’ 흥행에 연달아 성공한 점도 ‘이대로는 안 된다’는 판단의 근거가 됐을 겁니다.
삼성측은 올해 플래그십폰은 갤럭시S21로 단일화 해 선택과 집중을 하고 노트의 빈자리는 갤럭시S21 FE와 폴더블폰으로 메우겠다는 계획입니다. 또 아이폰SE의 성공과 샤오미의 급성장이 증명하는 ‘가성비(가격대비 성능비)’ 트렌드에는 A시리즈 강화로 적극 대응하겠다는 방침입니다.
갤럭시S21 FE와 폴더블폰으로 노트의 빈자리를 대체하기 역부족이라면, A시리즈 중 중고가 모델이 힘을 보탤 수 있을 겁니다. 갤럭시노트는 사용자들의 충성도가 높은 모델이지만 최근 2년간 판매량은 1000만대 미만으로 갤럭시S 시리즈의 절반 수준입니다. 노트 팬 입장에서는 아쉽지만, 삼성 스마트폰의 전체 포트폴리오 측면에서는 효율적인 그림이 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업계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은 올해와 내년이 삼성이 노트 시리즈를 단종시킬지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시험기간이 될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올해 플래그십 전략의 변화 결과와 내년에 출시 준비 중이라는 갤럭시노트 신제품의 시장 반응을 보고 최종 결정을 내릴 것이란 예상입니다. 노트 시리즈가 단종될 수도 있지만, 아예 두 시리즈를 합해 새로운 플래그십 라인업을 만들고 폴더블폰과 ‘투트랙’으로 가는 시나리오도 거론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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