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규제혁파②]코로나發 대기업 지각변동 하는데…규제는 34년 전 ‘녹슨 칼’

  • 등록 2021-01-04 오전 5:00:00

    수정 2021-01-04 오전 5:00:00

[이데일리 김상윤 피용익 기자] 사상 초유의 코로나19 사태는 우리 삶뿐만 아니라 재개 순위마저 뒤흔들며 지각변동을 예고 하고 있다. 굴뚝산업 시대를 풍미해온 제조업 기반의 대기업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반면 비대면 거래 확산에 따라 신흥 IT기업들이 우리 경제의 주요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34년전에 만든 낡은 대기업 규제에서 탈피해 바뀐 기업환경에 발맞춘 새로운 ‘경기 규칙’을 만들어야 할 때라는 지적이 나온다.

3일 재계 및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오는 5월1일 발표할 자산 5조원 이상 공시대상 기업집단 순위는 본격적인 세대교체가 이뤄질 전망이다.

요지부동이던 상위 5대 기업군에서도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SK그룹이 현대자동차를 누르고 재계 2위로 올라설 게 확실시 된다. 특히 카카오, 네이버, 넥슨 등 IT기업들이 대거 순위를 끌어올리며 상위권 진입을 예고하고 있다. 반면 정유, 화학, 항공 등 일부 업종에선 공시 대상 기업집단에서 이탈하는 대기업마저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산업구조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지만 공정거래위원회는 여전히 1987년에 만든 ‘녹슨 칼’로 대기업들을 규제하고 있다. 대표적인 낡은 규제가 총수를 중심으로 혈족 6촌, 인척 4촌까지 한 묶음으로 묶는 특수관계인 제도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대부분 선진국에서는 3촌 이내 친척까지만 특수관계인으로 설정한다. 특히 미국과 영국, 캐나다 등에서는 특수관계인의 범위를 경제적 공동체로서 의미가 있는 ‘가족’ 중심으로 정한다. 이혼, 재혼 등으로 혈연관계 없이 친인척이 된 경우는 제외하는 식이다.

이준길 법무법인 지평 고문은 “상법 개정 등으로 대기업 규제가 강화된 만큼 공정위가 대기업을 직접 규제하기보다는 주주총회 등 시장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통한 견제장치가 보다 활발히 운용되야 한다”며 “공정위도 신흥 IT기업들의 독과점 남용 문제에 방점을 찍는 등 규제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1일 기준 자산 10조원 이상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거래 확산 등으로 재계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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