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실손보험]'걸그룹 주사' 맞고 보험금 청구…보험사기 급증에 골머리

(그래픽=김정훈 기자)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A병원은 환자에게 한 번 맞는데 약 5만원인 이른바 ‘걸그룹 주사’를 놓아주고 도수 치료(손으로 하는 통증 치료)를 했다고 꾸며 환자가 보험사에 실손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걸그룹 주사는 특정 신체 부위의 지방을 분해하는 미용 목적의 주사로 원래는 실손보험의 보장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의사와 환자가 서로 짜고 가짜 진료 기록을 만들어 보험금을 가로챈 것이다.

실손보험을 취급하는 보험사의 또 다른 걱정거리는 이 같은 조직형 보험사기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금융감독원과 보험회사의 보험 사기 적발금액은 7982억원으로 1년 전보다 10%가량 늘며 역대 최대액을 기록했다. 지난 2009년부터 벌써 9년째 역대 최고 적발액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것이다.

특히 실손보험 등 계약 기간이 1년 이상인 장기 손해보험의 사기 적발액이 1년 새 약 17% 증가하며 보험사의 보험금 누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기 수법도 갈수록 대담해지고 있다. B외과의원은 무릎 관절염을 앓아 26일간 입원한 환자에게 통상 1주에 한 번 권장하는 체외 충격파 치료를 무려 177회나 했다고 부풀렸다. 환자는 이렇게 과다 청구한 진료비 영수증으로 보험사로부터 실손보험금을 타 진료비를 내고 남은 돈은 생활비로 썼다.

C씨는 하이힐을 신고 길을 걷다가 다리를 삐어 병원에서 근육 파열과 염좌 진단을 받았다. 그는 이를 계기로 병원을 10회 통원하고 36일간 입원해 도수 치료를 모두 108번이나 받았다. 이로 인해 발생한 비급여 진료비 1190만원은 모두 보험사에 청구해 실손보험금으로 받아 갔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최근 보험 사기의 특징은 조직화·대형화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보험 상품의 보장 내용 등을 잘 아는 보험 설계사가 직접 사기를 주도하는 사례도 많아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