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매 운동은 불매 운동과 한 끗 차이 같지만 구분된다. ‘안 하는’ 것도 어차피 무언가를 ‘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구매 운동은 불매 운동보다 상위 개념일 테다. 그러므로 전자가 후자보다 적극적인 행위다. 적극적인 행위가 힘을 받으려면 명분이 분명해야 한다. 두순자 사건 이후 ‘바이 블랙’ 물결이 일고, 이듬해 `LA 폭동`이 일어난 데는 ‘인종 차별’을 극복하려는 명분이 강했기 때문이다.
표적이 다르니 목적도 다르다. 구매 운동은 ‘띄우기’에, 불매 운동은 ‘누르기’에 초점에 맞춰진다. 한인을 누른다고 흑인이 뜨는 게 아닌 것처럼, 우리가 일본 제품을 불매한다고 해서 한국 제품 판매가 알아서 늘지 않는다. 한국 제품을 띄우려면 직접 구매하는 게 즉효다.
그해 가을 `쌍방울(102280) 제품 구매` 운동도 마찬가지였다. 10월6일 쌍방울 레이더스와 삼성 라이온즈 준플레이오프 1차전을 앞두고 모인 자발적인 시민운동이 출발이었다. 전북 향토기업 쌍방울이 부도위기에 처하면서 지역 중심으로 일어난 물결이었다. 힘들기는 광주 기반 해태도 마찬가지였다. 해태 타이거즈 야구 선수들은 경기장 밖에서 “해태 제품을 구매해달라”고 호소했다. (해태) 껌값이 모여 그해 추운 겨울을 녹였다.
당시 일었던 국산 구매운동은 대상을 망라하고 전국으로 확산했다. 물결이 거셌는지 미국과 유럽연합 등 외국에서 1998년 1월 한국에 통상 압박을 넣었다. 한국산 구매 운동을 거꾸로 읽으면 `외국산 배격 운동`이라는 게 이유였다. 그래도 대세는 꺾이지 않았다. 재외국민과 동포도 손을 보탰다. 그 무렵 미국 워싱턴 한인연합회는 `모국경제 살리기 캠페인`을 전개하고 한국산 구매운동을 폈다.
한국 사회 일각에서 일본 제품 구매 운동이 일고 있다. 일간베스트(일베) 회원이 주축이다. 일본 수출규제에 반발한 일제 불매 운동에 대한 반작용이다. 쉽게 말하면 일본을 띄우자는 것이다. 구매 운동은 불매 운동보다 동력을 얻기 더 어려웠던 게 앞서 사례에서 얻은 결과다. 이런 명분을 내세우는 일제 구매 운동이 성공할지, 적어도 훗날 `실패한 것은 아니`라는 평가를 받을지는 의문, 아니 상식의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