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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P2P 금융이나 블록체인업계에서는 제법 유명세를 떨쳤던 지퍼(ZPER)는 최근 때아닌 홍역을 치렀다. P2P금융협회에서부터 2년여를 함께 해온 이승행 전 공동 대표가 학력을 속였다는 스캔들이었다.
속은 업계나 투자자들의 원성이 거셌지만 이 전 대표와 함께 지퍼를 설립했던 주역인 김준범 현 지퍼 대표와 박성준 공동 창업주 역시 큰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회사 직원과 투자자, 지지자들을 생각하면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13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공동 창업주인 둘은 “서비스와 사업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다는 걸 보여주려 본질에 집중했고 이를 통해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강조했다.
지퍼는 암호화폐공개(ICO) 2차 세일이 마무리되고 나면 서비스플랫폼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하반기부터는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해외시장 진출도 적극 모색할 계획이다. 다음은 김준범, 박성준 두 공동 창업주와의 일문일답.
-기관투자가 참여를 늘리려면 충분한 투자수익률이 나와야 하는데.
△지퍼에 참여한 펀다를 예로 들면 13% 수준의 중금리 대출을 목표로 한다. 최종부실률은 2% 수준인 만큼 투자자 수익률은 10% 정도에 수렴한다. 다만 이는 충분한 분산 투자가 됐을 때를 전제로 한다. 이 때문에 우리는 여러 P2P 금융사들의 채권을 모아 구조적 안전성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부실률이 낮은 수치로 수렴하는 채권들을 모아 충분한 분산투자가 가능한 포트폴리오를 짜주면 기관투자가들도 들어올 수 있다. 개인 중에서도 기존에 저축하던 사람들이 리스크 테이킹을 하면서 이쪽에 투자할 수 있다.
-차주 분석 혁신을 강조하고 있는데.
-그런 투자자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는가.
△중국만 해도 알리페이가 늘어나는 예치금을 활용해 투자수익을 높이기 위해 모회사인 알리바바가 위탁 판매한 위어바오라는 온라인 머니마켓펀드(MMF)에 투자해 7%나 되는 수익을 돌려줬다. 이러다보니 중국에서 최대 200조원에 이르는 자금이 몰렸다.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얘기다. 또한 이미 국내 P2P 대출규모도 조(兆)단위에 이르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안정적인 투자가 가능해졌다고 본다. 아울러 상환이 잘 되는 채권을 묶어서 재판매하면 유동화가 가능해 대출 가능자금이 더 늘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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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퍼는 현재 ICO를 진행하고 있는데 ICO 외에 벤처캐피털 등 전통적인 방식의 자금 조달 계획은 없나.
-ICO 자체가 글로벌 차원에서 진행되는 만큼 해외사업쪽도 고려하고 있을텐데.
△하반기쯤부터는 동남아시아에서의 사업에 신경 쓸 예정이다. 현재 국내 소액해외송금업체인 센트비와 모인, 싱가포르 엠닥(MDAQ) 등과 제휴를 체결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해외 투자자를 받을 수 있다. 특히 엠닥은 대주주인 알리바바라 온라인쇼핑몰에 입점한 셀러들을 대상으로 사업이 가능할 수 있다. 동남아 P2P 금융사들도 우리 플랫폼에 참여시킬 수 있다. 실제 싱가포르에서는 현지 1,2위 업체들이 우리 플랫폼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지에서의 제휴를 통해 아시아 P2P업체들이 손잡고 선진국 시장에 진출해 경쟁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
-공동 대표였던 이승행씨의 학력 위조 논란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떻게 된 일인가.
△우리도 정말 몰랐다. 이 전 대표가 P2P금융협회장이었고 협회에서 만나 자연스럽게 함께 사업을 하게 된 만큼 우리가 그의 학력을 의심하거나 검증할 이유도 없었다. 특히 대형그룹 계열 건설사 출신이니 의심할 상황도 아니었다. 우리도 굉장히 배신감을 느꼈다.
-ICO나 금융 모두 투자자들의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것이다보니 이 전 대표 사건으로 인해 지퍼에 대한 신뢰가 크게 무너진 것도 사실이다. 어떻게 신뢰를 회복할 계획인가. 또 향후 사업에는 차질이 없는가.
△우리가 기존에 하고 있던 사업에서 필요를 느껴서 지퍼를 만들었고 이미 17개 업체들이 참여했고 1차 ICO 세일에서 투자자들도 들어온 이상 사업을 접을 수도 없었다. 우리 사업이나 비전을 제대로 알리려 노력하고 본질적 사업을 만드는데 집중할 것이다. 기관투자가들이 참여해 분산투자가 이뤄지는 모습을 보이고 블록체인 기반의 서비스 플랫폼이 작동하는 성과를 보여야만 신뢰가 회복될 수 있다고 믿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