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에프앤가이드) *작년 국내 증권사 기준, 티슈진은 11월 상장으로 제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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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최정희 기자]올해 들어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바이오주(株)가 30~40% 가량 급등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종목과 관련된 증권사 보고서는 찾아보기 어렵단 지적이 나온다. 신약 개발업체의 기업가치를 제대로 산정하기 어려운데다 개인투자 비중이 높은 만큼 이들 기업에 부정적인 내용을 보고서에 담기 부담스럽단 얘기도 나온다. 기업 가치가 고평가됐다거나 목표주가를 낮출 경우 악성댓글에 신상털기 등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적자기업에 신약 개발 관련 기업가치 측정 어려워”금융정보분석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코스닥 시가총액 3위인
신라젠(215600)에 대한 국내 증권사의 보고서는 작년 4번에 그쳤고 9월 이후로 끊겼다. 최근 최대주주가 지분을 매각하고 미국 자회사의 항암 바이러스 면역치료제 펙사벡의 특허 출원이 실패했단 소문이 돌면서 주가가 흔들렸지만 기업가치의 변화 여부에 대한 분석을 내는 증권사는 없었던 셈이다. 시총 2위
셀트리온헬스케어(091990)에 대한 보고서도 19차례밖에 없었다. 시총 4위 바이로메드는 보고서 1건에 그쳤고 시총 9위 셀트리온제약은 2012년 7월이 마지막 보고서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총 1위인 셀트리온은 88건 발간돼 사정이 좀 나은 편이지만 주가가 30만원을 넘어 국내 증권사의 목표치를 뛰어넘은 이후엔 증권사에선 밸류에이션 등에 대한 평가를 담은 보고서는 없었다.
코스닥 시총 상위 바이오주에 대한 보고서가 거의 없는 이유 중 하나로 신약 개발업체의 기업 가치 측정이 어렵기 때문이란 얘기가 나온다. 2016년 9월
한미약품(128940)이 폐암 치료 신약물질인 ‘올무티닙’과 관련해 독일 베링거인겔하임과 기술수출 계약이 해지되면서 그전까지 한미약품 주가에 반영됐던 신약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바뀌면서 주가 급락을 경험한 바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셀트리온은 매출과 이익이 나오는 기업이지만 나머지 제약사들은 연구개발(R&D)을 통한 파이프라인 수출 계약 위주이기 때문에 밸류에이션을 측정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며 “한미약품 사례에서 보듯이 신약개발 성공률은 10%가 안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애널리스트도 “바이오주는 제조업과 달리 실적이 바로 나오는 게 아니라 뉴스플로우 등에 의해 밸류에이션이 급속히 올라가는 특성이 있고 신약개발 기대감에 상승 모멘텀이 유효하다고 본다”면서도 “임상을 하다가 취소될 수도 있고 임상이 다 됐는데 생각만큼 안 팔릴 수도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리스크는 상존한다”고 설명했다.
| (출처: 마켓포인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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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주가 뛰어넘은 셀트리온..증권사는 묵묵부답 한편에선 이들 종목이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은 종목인 만큼 조금이라도 부정적인 내용의 보고서를 쓸 경우 부담이 크단 지적도 나온다.
셀트리온(068270)이 대표적인 예이다. 한 애널리스트는 “최근 주가가 너무 가파르게 올랐는데 보고서는 10~15%의 상승 여력을 확보하고 ‘매수’나 ‘비중확대’로 투자의견을 내야 하는데 그러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매도’나 ‘비중축소’ 보고서를 낼 수도 있지만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아 투자자들의 비난이 커지는 부분은 아무래도 부담스럽다”고 덧붙였다. 국내 증권사의 보고서는 포털을 통해 쉽게 볼 수 있는데다 전화번호와 애널리스트 얼굴 등까지 모두 공개되기 때문이다.
그나마 외국계 증권사는 이런 개인 정보에 대한 공개가 덜하다보니 간혹 셀트리온에 대한 ‘비중축소’ 보고서 등이 발간돼왔다. 이들 보고서의 대부분은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 업황에 대해선 긍정적이나 현재 주가는 적정 밸류에이션을 뛰어넘어 투자 비중을 축소하고 목표주가를 내린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이들 역시 자유롭지 못하단 전언이다. 시장에선 한 외국계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셀트리온 보고서를 낸 이후 개인 정보가 노출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이 애널리스트는 어떤 이유 때문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조만간 퇴사 예정이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면서 국내 증권사에선 코스닥 상위 바이오주에 대한 부정적인 내용을 더 쓰기 어렵단 얘기가 나온다.
가뜩이나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보고서는 법인 영업과 관련해 ‘매도 보고서’를 내기 어렵단 비판을 받는데 이런 환경은 기업 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해 의견을 내기 어려운 상황을 가중시키고 있단 지적이다. 실제로 11일 금융감독원장과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이 만난 자리에서도 증권사의 ‘매도 보고서’에 대한 논란이 제기됐었다. 신의 성실 원칙에 따라 ‘매도 보고서’를 내라는 금감원의 주문에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이 “현실을 모르는 소리”라고 비판하면서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