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파생상품 일종인 키코는 ‘녹인’(Knock-In) ‘녹아웃’(Knock-Out)의 약자로 환율 상단과 하단(밴드)을 미리 설정, 환율의 급격한 변동으로 인한 위험을 피하기 위한 환헤지 통화옵션이다. 환율이 밴드 내에서 움직일 경우 기업은 약정환율로 달러를 바꿀 수 있어 이득을 본다. 하지만 환율변동 폭이 커질 경우 반대로 손실을 입는다.
키코는 원·달러 환율의 급격한 하락으로 인한 수출 기업들의 손해를 줄일 수 있는 금융상품으로 한때 큰 주목을 받았다. 금융권은 수출 중기를 중심으로 2007년 이후 키코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2008년 불어닥친 글로벌 금융위기로 원·달러 환율이 1600원까지 치솟았고, 키코에 가입한 중기들은 환헤지는 커녕 눈덩이처럼 불어난 피해를 입었다. 키코 피해 중기는 1000여개에 달하고 이 중 폐업과 부도, 법정관리, 워크아웃 등 부실화된 기업은 300여개로 추산된다.
이렇듯 수출 중소기업의 큰 아픔으로 남아있는 키코사태와 관련, 이제라도 정부에서 재수사에 대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다. 하지만 키코 재수사가 본질로부터 다소 벗어나 있어 이를 바로잡았으면 한다.
우선 키코 상품 본질에 대한 인식 문제다. 이 사건은 은행권이 보험적인 환헷지 기능이 애초부터 없던 상품을 기업들에 속여서 판매한 것이다. 쉽게 말해 ‘은’을 ‘금’이라고 속여 팔면서 금값을 받은 것이다. 그 결과 환헷지 비율을 높여 환율 급등락 위험으로부터 안전성을 최대한 확보하려했던 기업들이 원/달러 환율 급등과 함께 도산의 길로 접어서 게 된 것이다.
일반인들에게 수수료 0.2%라는 숫자가 별 것 아닌 것처럼 인식될 수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는 수백 개 기업들을 한방에 날려 버릴 수 있는 ‘핵폭탄’급 수치가 됐다. 상품 설계자는 그 위험성을 충분히 알았을 것이고, 은행권은 이를 기업 측에 알리지 말라고 영업담당자들에게 수차례 주의를 당부하며 판매했다.
이와 관련 2010년 9월 10일 금감원 재제심의위원회에서 장외파생상품거래 부당취급 등 이유로 대구은행 직원을 징계한 사실이 있다. 물론 금감원은 당시 ‘솜방망이’ 재제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대구은행만 키코 상품을 판매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금감원은 이 징계 내용마저 법원은 물론 검찰에도 제출하지 않으면서 은행과 발을 맞춘 듯 행보를 보였다.
둘째로 키코사태는 사건의 진실을 은폐 한 의혹이 있다. 세월호 사건도 이를 오염시킨 세력들이 물러난 후에야 그 실체가 드러난 것처럼 키코사태 역시 그간 철저히 은폐됐다. 키코사태는 당시 한상대 검찰총장의 인위적 사건은폐 의혹이 있고 키코 민사 사건은 법원과 특정 법무법인의 민사판례 연구회 소속 회원들이 적극 개입하면서 판결이 왜곡됐다는 의혹이 남아있다. 이 부분 역시 검찰의 재수사를 통해 진실을 드러내고 바로 잡혀야 한다. 또 재수사와 함께 키코로 피해를 본 기업들에게 적절한 보상이 이뤄져야 기업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 공장 밖으로 내몰린 근로자들을 다시 채용하는 등 고용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다.
기업의 문제는 경제 문제고, 경제 문제는 먹고 사는 문제다. 따라서 금융위에서도 적극적으로 국가경제 허리인 키코 기업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이 사태로 인해 도산한 기업들에게 신용보증기금의 재기지원 펀드 등을 통한 지원 방안들을 적극적이고도 다각적으로 검토할 때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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