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칼라파테 항공편을 못 구했다면, 푼타아레나스에서 산티아고로 가 다시 부에노스아이레스로 와야했기에 시간이 적어도 만 하루이상 절약된 셈이다. 참고로 칠레와 아르헨티나는 시차가 없다. 우리나라보다 12시간 느리다.
우리는 부에노스아이레스 중심가인 누에베 데 훌리오(Av.9 de July)에 호텔을 잡았다. 사실 가보지도 않고 구글 맵으로 위치만 검색하며 잡은 호텔이라 걱정이 컸지만, 누에베 데 훌리오 대로변에 위치해 시내를 돌아다니긴 참 편했다.
누에베 데 훌리오는 ‘7월 9일의 거리’란 뜻으로 이날은 아르헨티나 독립기념일이다. 사실 아르헨티나는 1810년 5월 25일 스페인으로부터 파견된 지도자를 해임하고 독립했으나 1816년 7월 9일에서야 주 대표들이 모여 공식적인 독립을 선언하게 된다. 누에베 데 훌리오는 세계에서 가장 넓은 도로로 유명한데, 일방통행 10차선 도로가 양쪽으로 각각 자리하고 가운데에는 가로수와 중앙공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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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는 가죽제품이 저렴하다고 해 주로 가죽제품, 가방 등을 쇼핑했다. 이제 부에노스아이레스 여행을 마치면 런던밖에 안 남기 때문에 여기서 쇼핑을 하고, 캐리어를 하나 더 장만해 이동하기로 결정했다.(덕분에 2주이상 우리를 짓눌렸던 짐싸는 부담이 드디어 사라졌다!)
오후 8시엔 호텔앞에 준비된 차량을 타고 탱고공연 및 저녁식사를 하러 갔다. 우리 빼고는 대부분 50~60대이상 나이 지긋한 어른들이 많다. 젊은 사람들은 다 어디 갔을까?
탱고 공연을 보러 지하로 내려가는데 옷이며, 모자를 빌려주며 사진을 찍으라고 유도한다. 나는 남자 무용수랑, 신랑은 여자 무용수랑 각각 어색한 포즈로 사진을 찍고는 자리를 잡고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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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이 꺼지고, 공연이 시작됐다. 바로 탱고공연을 하는 건 아니고, 통기타 등을 가지고 나와 노래를 부르더니, 카우보이 복장의 아저씨가 나와 탭댄스도 춘다. 탱고공연은 하이라이트라 뒤에 보여줄 모양이다. 공연 중간에 음식이 나왔다. 공연장이 어두워 저녁을 먹기란 여간 불편한 게 아니지만, 그래도 ‘열정의 아르헨티나’를 체험한다 생각했다.(공연모습은 사진 촬영 불가였다.)
우리가 본 탱고는 ‘열정’ 그 자체였다. 너무나 격렬해 한 번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은 저 멀리 달아날 정도로 말이다. 무용수들은 땀을 흘리며 최선을 다해 공연했고, 많은 박수갈채를 받았다. 자정이 지나서야 호텔로 돌아왔다.
탱고는 유럽에서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로 이주한 이주민들로부터 시작된 민족음악으로 그 기원이나 변천에 대한 확실한 기록은 없다. 일반적 정설로는 라플라타강 유역 부에노스아이레스 주변의 선착장에 외향항로 선원들이 1800년대 쿠바섬에서 유행하던 2/4박자의 가요조 음악 아바네라를 전했고, 여기에 부에노스아이레스나 몬테비데오 거리에서 연주되고 춤추던 칸돔베가 섞여 밀롱가가 파생됐다. 밀롱가의 변형된 음악이 현재 탱고라는 게 정설이다.(위키피디아)
부에노스 아이레스 둘째날이 밝았다. 버스 시티투어를 하기로 한 날이다. 우리가 여행했던 2013년 12월은 아르헨티나가 국가부도 사태를 맞느냐 마느냐 기로에 놓였던 때다. 때문에 은행 공식 환율과 길거리 환율이 3배이상 차이가 났다. 덕분에 저렴하게 쇼핑을 하긴 했지만, 조금 찜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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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심끝에 우리는 오페라 극장을 개조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 부에노스 아이레스 중심가 산타페 거리에 있는 `엘 아테네오 그랜드 스플렌디드`를 가기로 했다. 1919년 5월 오페라 극장으로 문을 열었다가 1928년 영화관으로 바뀌어 운영돼왔다. 2000년 출판 서점업을 하는 그라시아 가문은 영화관을 서점으로 탈바꿈시켰다. 현재 엘 아테네오에선 한해 70만권이상의 책이 팔리고 100만명이상이 방문하는 명소가 됐다.(위키피디아)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2008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10대 도서관을 선정하면서 이곳을 두번째로 꼽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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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우리의 목적지는 쇼핑의 중심가인 플로리다 거리의 백화점이다. 샘소나이트 캐리어를 10만원대에 구매하고, 패셔너블한 가죽자켓도 2개 장만했다. 록시땅 시아버터 크림도 몇개 챙기고는 쇼핑을 끝냈다. 이제 슬슬 허기가 밀려온다. 시간은 벌써 오후 8시를 넘어 9시를 향해가고 있고, 우리는 호텔로 걸어오는 길에 펍에서 맥주, 햄버거, 오징어튀김 등을 먹으며 저녁을 대신했다. 펍에는 한명씩 자리한 테이블이 꽤나 많았는데, 그시간에 와인을 병째 들고 마시며 축구를 보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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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내일이면 남미를 떠나 런던으로 향한다. 아쉬운 마음이 컸지만, 하루종일 돌아다닌 우리는 남미의 마지막 밤을 제대로 만끽하지도 못한 채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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