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고(高)분양가와 소탐대실

  • 등록 2015-06-21 오전 10:00:00

    수정 2015-06-21 오전 10:00:00

[이데일리 조철현 사회부동산부장] “우리도 값을 좀 올릴 걸 그랬나 봅니다.”

얼마 전 사석에서 만난 한 중견 건설사 임원은 이 회사가 지난달 경기도에서 분양해 순위 내 청약 마감한 아파트의 공급가격(분양가)이 두고두고 아쉽다고 입맛을 다셨다. 미분양 우려로 3.3㎡(1평)당 평균 분양가를 1000만원대 초반에 책정했는데 의외로 청약과 계약이 순조롭게 마무리됐다는 것이다. 이 임원은 “최근 들어 건설사들이 앞다퉈 분양가를 올리고 있다”며 “청약시장이 달아오르자 가격을 높여도 잘 팔릴 것이란 자신감이 생긴 때문 아니겠냐”고 말했다.

요즘 아파트 분양시장은 말 그래도 활황이다. 수도권·지방을 가리지 않고 분양 단지마다 청약 행렬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인기 지역은 물론 웬만한 단지도 높은 청약 경쟁률로 1순위에서 마감되기 일쑤다. 사상 최저 금리 시대를 맞아 대출 부담이 크게 줄어든데다 전·월셋값이 갈수롯 치솟으면서 내 집 마련을 염두에 둔 실수요자들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안정적 임대수익을 노리려는 투자자들까지 가세하면서 분양시장에서는 그야말로 청약 광풍 조짐까지 일고 있다.

이 틈을 타 아파트 분양가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특히 지난 4월부터 상한제가 사실상 폐지되면서 분양가 고공행진에 탄력이 붙은 모양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달 초 기준 전국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3.3㎡당 974만원으로, 석달 전보다 29만원 상승했다. 1년 전(782만원)과 비교하면 192만원 가량 올랐다. 서울은 상승세가 더 가파르다. 지난달 서울 신규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3.3㎡당 1851만원으로, 전달보다 300만원 가까이 뛰었다. 전용면적 85㎡일 경우 1억원 가까이 오른 것이다. 미분양 우려 때문에 건설사들이 분양가를 주변 시세보다 낮추던 예전과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같은 지역에서 새 아파트가 낡은 아파트보다 비싼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공간의 배치나 쓰임새, 마감재 수준 등 어느 것 하나 옛날 아파트와 비교를 허용하지 않는다. 분양가 상한제가 풀린 마당에 낡은 아파트보다 값을 비싸게 매긴다고 시비를 거는 것도 모순이다. 이윤 추구가 기업의 목표라는 점을 감안할 때 잘 지어서 분양가를 주변 시세보다 높게 받는 것을 마냥 나무랄 수도 없다.

그렇다고 해도 과도한 분양가 인상은 주변 집값을 자극하고 소비자 부담을 늘려 이제 겨우 활력을 되찾고 있는 부동산시장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2000년대 중반 고분양가 광풍과 이후 불어닥친 대량 미분양 사태가 좋은 예다. 당시 잇단 고분양가 우려에도 ‘당첨=로또’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묻지마식 공급이 이뤄졌다. 그 후유증으로 지금도 고통받고 있는 건설사와 입주자가 적지 않다.수도권 일부지역에선 미분양 악몽이 아직 진행 중이다.

거품은 반드시 꺼지게 마련이다. 1997년의 IMF 외환위기 사태와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겪으면서 우리가 배운 교훈은 바로 “거품이 클수록 충격도 크다”는 것이다. 과도한 욕심도 마찬가지다. 반드시 후유증을 낳는다.

주택건설업계는 눈 앞의 이익에만 급급해선 안된다. 제 잇속 챙기기에만 몰두했다간 ‘분양가 자율화’(분양가 상한제 폐지)라는 더 큰 기득권을 잃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지금은 소탐대실(小貪大失)보다는 ‘대탐’(大貪)을 위해 ‘소실’(小失)할 때임을 업계는 깨닫기 바란다. 정부도 분양가 자율화 원칙은 유지하되 업체가 지나치게 폭리를 취하지 못하도록 견제하는 방안을 이참에 연구할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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