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외환위기가 터졌을 때 백화점 사업을 주로 하던 신세계그룹 역시 어려움을 겪었다. 당시 신세계는 운영하고 있던 할인점 코스코홀세일 3개 점포를 미국에 1억달러에 매각하고, 카드사업과 빌딩관리 등 비(非) 유통 사업을 발 빠르게 정리했다.
매각 대금은 환란으로 가치가 급락했던 땅 투자에 활용됐다. 향후 이마트가 들어설 전국 핵심 상권 부지를 손쉽게 사들인 것이다. 이후 이마트는 한해도 성장을 멈추지 않으며 신세계(004170)그룹을 키우는 성장엔진 역할을 했다. 위기를 기회로 활용한 신세계의 발 빠른 대처가 있어 가능했다.
산소탱크 이마트 너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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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상황은 비슷하다. 상반기까지 실적은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으면 신규 출점길도 막혀 있는 상태다. 지난해 단 2곳에 신규 출점을 했던 이마트는 올해 8월 예정된 일산풍산점과 양산운상(트레이더스)점 오픈을 아직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 자칫 하다간 올해 계획된 7군데 신규 출점 중 세종시 단 한군데에 점포를 내는데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국 시장으로 대표되는 이마트의 해외 사업은 이미 어려운 상황이다. 1997년 중국 진출이후 한번도 흑자를 내지 못했던 이마트는 적자 무게를 이기지 못해 27개까지 확장했던 점포를 최근 15개로 줄였다. 올해 1분기 중국 이마트 순손실은 22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27억원)에 비해 2배 가량 확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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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마트의 성장이 둔화 된 최근들어 이마트에브리데이와 위드미 등을 통해 기업협슈퍼마켓(SSM)과 편의점 시장문을 두드리고 있으나 한발 늦은 진입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2016년께 경기 하남에 문을 여는 복합쇼핑몰도 이마트의 짐을 얼마나 덜어줄 수 있을지 미지수다.
더구나 SSM과 편의점 시장도 마트와 마찬가지로 최근 성장세가 꺾이고 있어 새 먹거리로 삼기에는 부적합하다. SSM 업계 1위 롯데슈퍼는 각종 영업규제로 인해 올해 1분기 8년만에 첫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편의점 시장도 포화 상태로 지난해 점포수 증가율이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신세계가 이마트에서 벗어나 사업을 다각화 하기 위해 여러 시도를 하고 있으나 상당수 시장은 경쟁사 롯데가 이미 차지하고 있는 시장”이라며 “그나마 그 시장도 최근 성장이 꺾이는 추세여서 마트 부문의 부진을 대체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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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7년 반의 시간이 흐른 현재 정 부회장의 위치는 조금도 변함이 없다. 신세계와 이마트의 인적 분할로 정 부회장이 현재 두 회사의 부회장 직을 함께 수행하고 있지만 지분율은 상속세를 현물로 낸 2007년 당시 지분율 7.3% 그대로다.
그룹 총수인 이명희 회장이 올해 72세인점을 감안하면 지분 승계가 다소 더디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지분 승계시 발생하는 막대한 세금 문제도 신세계그룹의 경영권 승계 발목을 잡고 있는 원인이다. 정 부회장과 동생 정유경 부사장은 부친으로부터 지분을 물려받은 다음해 3500억원에 달하는 증여세를 신세계주식으로 현물 납부했다.
만약 이명희 회장의 이마트 주식 482만주와 신세계주식 170만주가 모두 정 부회장에게 증여된다면 증여세 금액은 8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정 부회장이 예전과 같이 증여세를 주식으로 납부할 수도 있지만 이 경우 대주주일가의 그룹 지배력이 약해지는 문제가 생긴다. 신세계는 과거부터 증여세를 떳떳히 내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재계 관계자는 “경영권 승계를 위해 8000억원의 상속세를 낸다면 그룹 경영의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상속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다른 대기업과 같이 지주사 신설 후 지분을 교환하는 등의 다른 방안을 검토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