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정민 기자] ‘노익장(老益壯)’. 중국 후한 광무제 때의 명장 마원이 남긴 “대장부는 어려울수록 굳세야 하며 늙을수록 기력이 좋아야 한다(大丈夫爲者 窮當益堅 老當益壯)”는 말에서 유례했다.
올해 67세인 이석채 KT 회장은 에너지가 넘친다. 노익장이란 표현조차 부족해 보인다. 21일 KT CEO추천위원회는 이 회장의 연임을 확정했다. 주주총회 의결이 남아 있지만 요식행위일 뿐이다.
연임 결정에는 이 회장이 의욕적으로 벌여놓은 사업들을 마무리할 다른 적임자를 찾기 힘들었던 게 큰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이다.
지난 3년간 이 회장이 ‘탈통신’을 주창하며 추진한 확장전략은 그 범위와 규모가 과거 전성기의 대우그룹이나 한화, STX 등 M&A를 통해 고속성장했던 대기업을 연상시킨다.
2009년 취임직후 단행한 KTF 합병을 시작으로 지난해에는 금호렌터카와 스카이라이프를 사들였고 올해는 BC카드를 인수하며 정점을 찍었다. 합작사 설립과 소규모 M&A까지 합치면 숫자는 더 늘어난다.
올들어 클라우드 컴퓨팅 전문기업인 넥스알과 동영상 검색 플랫폼 기업인 엔써즈 등 2곳을 인수했고 소프트뱅크, NHN, 유스트림아시아, 시스코와 합작사 설립을 완료했거나 추진중이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통신사업자인 텔콤 지분을 6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한 것까지 감안하면 올해 투자규모만 1조원에 달한다.
여기에 2G 종료 승인이 지연되면서 늦어지고 있는 롱텀에볼루션(LTE) 사업까지, 다른 사람이 설겆이를 맡겠다고 나설 엄두가 나지 않을 만하다.
내년은 정치의 해다. 정권이 바뀌면 KT가 외풍에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1년짜리 회장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전임자인 남중수 전 사장이 불명예스럽게 퇴진한 전례도 있다.
이 회장은 그동안 정치적 논란을 자초하기도 했다. 청와대 대변인 출신인 김은혜 전무를 영입하고 자회사를 통해 종합편성채널에 투자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경영환경 역시 우호적이지 않다. 차세대 먹거리인 LTE의 경우 다른 회사는 이미 50만명 가입자를 확보한 상황임에도 언제 시작할 수 있을지 예상조차 안되고 유선과 초고속인터넷 사업이 역성장하고 있는 것 역시 부담이다.
KT CEO추천위는 “경영환경 악화가 예상되는 현 시점에서 KT의 주주가치를 보호하기 위해 연임이 필요하다”고 했다.
기력 좋은(老當益壯) 이 회장이 어려울수록 굳세게(窮當益堅) 헤쳐나가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