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시련은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다. 금융위기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투자자들은 원금을 회복하자마자 펀드에서 돈을 빼기 시작하고 있어서다.
특히 내년부터는 해외펀드 비과세가 종료되는 등 펀드 세제혜택이 확 줄어드는데다 펀드판매사 이동제도 등 펀드업계의 경쟁을 부추기는 각종 제도 시행을 앞두고 있어 시장 전체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 내년부터 펀드세제혜택 확 줄어..해외펀드·ETF 직격탄
올해를 끝으로 펀드관련 세제혜택이 대폭 줄어든다. 해외펀드에 적용됐던 주식 매매차익 비과세 조치가 올 연말로 종료되며, 국내펀드에도 거래세가 부과된다.
당장 해외펀드 비과세 조치가 끝난다는 소식에 해외펀드 위축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출구전략에 대한 우려가 여전한 데다 경기회복 속도가 다소 주춤할 것이란 예상속에서 없던 세금마저 부과된다면 투자심리는 더 나빠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미 비과세 조치를 끝낸다는 정부 방침이 확정되자 해외펀드 환매가 이어졌다. 세제혜택 종료를 앞둔 이달 들어서만 해외펀드에서 1조원 가량이 빠져나갔다.
배성진 현대증권 펀드연구원은 "내년 비과세 혜택이 종료되면서 해외펀드 시장의 위축은 가속화될 것"이라며 "해외펀드 비중이 높은 운용사의 경우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 판매사 이동제도, 경쟁 부추기나
내년부터 본격 시행되는 펀드 판매사 이동 제도도 펀드시장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판매사 이동제도란 특정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가 서비스에 대한 불만 등을 이유로 같은 펀드를 파는 다른 판매사로 이동하는 것을 말한다. 자신의 전화번호를 유지하면서 통신회사만 바꾸는 `휴대전화 번호 이동제`와 유사하다.
다만 파급력을 놓고는 평가가 다소 엇갈린다.
천진성 금융감독원 자산운용서비스국장은 "내년 1월 펀드판매사 이동제도가 시행되면 판매사들이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각종 노력들을 적극적으로 펼칠 것"이라며 "고객 입장에서는 보다 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며 당국에서는 과당경쟁에 따른 시장질서 교란을 막기위해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동필 우리투자증권 펀드연구원은 "펀드 판매사를 옮겨도 서비스 질이 확 좋아질 것이란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는 판매사 이동제도가 실시된다 해도 당장 시장에 큰 파급력은 없을 것"이란 의견을 보였다.
이병훈 대우증권 펀드연구원은 "경쟁이 격화되면 중소형사 일부는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중소형 운용사 내년에도 선전할까?
증시가 반등할때마다 환매에 나서는 경향이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따라서 올해 환매행렬이 이어지면서 자산운용사들이 겪은 어려움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배성진 펀드연구원은 "내년 글로벌 증시는 상고하저 모습을 띨 가능성이 높아 펀드시장으로 돈이 추가적으로 들어오기는 힘들 것"이라며 "자산운용사들도 내년까지는 올해와 같은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현철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올해 브릭스펀드에서 돈이 많이 빠져나가며 미래에셋운용 등 대형운용사들이 고전한 반면 중소형 운용사들이 선전한 한해였다"고 평가했다.
실제 올 한해동안 미래에셋운용에서는 4조4000억원, 삼성투신은 18조6600억원, 슈로더운용은 1조2700억원이 빠져나간 반면 트로스톤운용은 2000억원, 동부운용은 8000억원 가량 수탁고가 증가했다.
박 연구원은 "트러스톤, 동부, 에셋플러스 등 중소형 사들의 운용능력이 예전에 비해 훨씬 좋아졌으며 내년에도 돋보이는 결과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