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건설업계의 유동성 지원을 위해 9조원 가량의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또 부동산 경기가 급속하게 위축되는 것을 막기 위해 서울과 인천을 제외한 수도권 일대의 투기지역 지정을 해제하기로 했다. 투기지역에 적용됐던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제한이 완화되게 된다. 이로써 부동산 투기억제를 막기 위해 도입된 모든 제도적 장치들이 무장 해제되게 됐다. 부동산 수요를 살려서 경기 위축을 막아보겠다는 의도가 관철된 것이다.
그런데 이같은 정부의 `건설경기 살리기 대책`이 나오기 얼마전, 금융위원회 등 정부 당국이 한국은행에게 은행채 직매입을 요청했다는 보도가 나오기 시작했다. 한은의 환매조건부채권(RP) 거래대상에 은행채를 포함해 달라는 이야기다.
여기서 짚어봐야 할 것은 은행채 발행이 많아진 것은 바로 은행들의 무리한 자산확대 경쟁의 결과라는 점이다. 최근 1,2년 사이에 은행들은 경쟁적으로 덩치 불리기 싸움에 나섰고, 여기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건 주택담보대출과 중소기업대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이었다. 모두 부동산 경기와 관련성이 깊은 것들이다.
은행들은 지방을 중심으로 한 아파트 미분양 확대로 부동산 PF 부실 경고가 높아졌던 작년 이후에도 PF대출 잔액을 22조원 가까이 늘렸다. 은행채 발행이 급증한 이유에 이런 부분들이 크게 영향을 미쳤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은행권이 자발적으로 직원 임금 삭감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정부에 손을 내밀 정도로 부실해진 은행이 자기 희생없이 공적 지원을 받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건 방향이 잘못된 것이다. 은행의 자기희생은 자산 감축과 건전성 강화로 이어져야 한다. 자산 불리기 경쟁에 맞춰진 기존 조직을 슬림화 시키는 데 방향이 맞춰져야 한다. 이를 위해선 부동산으로 경기 활성화를 하겠다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 자기 희생이 필요한건 바로 정부일 수 있다.